휴가지에서
줌파 라히리, [내가 있는 곳](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9.
(111~114쪽)
머릿속을 정리하고 인근 마을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가을 풍경이 좋은 다리를 건너 도시 밖으로 나간다. 햇살 좋은 휴양지에 도착한다.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조용한 호텔, 맛있는 아침 식사, 정오까지 비어 있는 수영장. 작은 흠이 하나 있다면 이곳에서도 나는 다른 사람이 하는 걸 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것. 아침 식사 때 모두들 근처 긴 오솔길, 사슴이 많은 소나무 숲,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꼭대기 레스토랑에 대해 흥분해 얘기한다. 방문해 볼 만한 유명한 여성 작가의 집도 있다. 하지만 난 기분이 내키지 않아 잠을 더 자다가 깨끗한 공기와 아이들이 뛰어들기 전의 조용한 수영을 즐기는 편을 택한다.
어릴 적 부모님과 어디에도 놀러 가본 적이 없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앉아 있는 아이들과는 달랐다. 같이 식사를 하고 카드놀이를 하는 가족이 아니었다.
현명하고 고집도 셌던 것 같은 나의 아버지는 여행가방을 싸고 얼마간 낯선 장소에서 적응하느라 애쓰느니 집 안에서 편히 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휴가의 목적을 이루는 거야“ 하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몇년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시기에 아버지는 집에 남았다. 늦게까지 옷을 입지 않았고, 조용히 광장으로 내려가 신문을 사고 벤치에 모여 있는 퇴직한 이웃들과 인사했다. 그다음 선풍기 앞 소파에 드러누워 신문을 읽고 음악을 잠시 듣곤 했다. 산과 바다를 찾지 않았고 자연풍경 앞에서 감탄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평화는 집안에서, 자신의 유일한 은신처인 익숙한 곳에서 가만히 있는 거였다.
나의 어머니는 여행하고 휴양지에서 쉬고 싶어 했다. 대도시를 방문하고 미술관, 성스러운 장소들, 신들의 사원을 구경하길 원했다. 아버지는 그 모든 것을 피곤하다고,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생각에 따르면 바다나 산에선 늘 어떤 위험을 만날지 모른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비가 온다면 큰일이잖아, 난 몇 시간씩 운전하기 싫다. 차라리 실내에서 뭣하면 극장에서 즐기는 게 더 의미가 있어. 돈을 벌고 운전하는 사람은 아버지였기 때문에 우리 가족 세 사람은 여름에 집에 남았다.
어른이 돼서 난 취미를 즐기는 법을 배웠고, 밖으로 나가 스트레스를 풀 필요를 알게 됐다. 일 년에 한 번 분위기를 바꾸는 게 싫지 않다. 같은 장소에 다시 가는 법이 없고 관계를 만들지 않는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한다. 일상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느낌보다는 내가 태어난 가족과 나의 젊은 시절에서 외떨어지는 걸 더 좋아한다. 불편했던 것만큼 그 거리를 원했다. 햇볕을 쐬고 있자니 우울한 기분이 든다. 불행한 가족에 눈물이 난다. 결혼 생활 내내 불만이었고 과부가 된 걸 싫어했던 어머니가 안타깝다.
하지만 난 아버지와 마음이 맞기도 하다. 이번 한 주 휴가 비용은 어떤 면에서 출혈인 듯하다. 몇 가지 내 물건이 없고,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아침 8시에 옷을 차려입은 채 식사를 하는 게 벌써 조금 싫증이 난다. 이틀을 보내고 나니 커피는 충분히 뜨겁지 않고, 휴가철이 아닌데도 호텔은 만원이다.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수영장에 뛰어들기 시작하고, 호텔을 운영하는 젊은 커플은 저녁에 음악을 틀어 모두가 별 아래서 춤추게 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나는 방 안에 남아 텔레비전을 본다. 부모님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왜 그들은 날 이 조용한 방 안으로 계속 몰아넣는 걸까 스스로 묻는다.
난 두 분 가운데 누구를 닮았을까? 나처럼 방 안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싶어 했을 아버지를 닮았을까? 어머니는 아버지와 나와는 달리 사람들과 즐기는 걸 좋아했을 거다.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 앞에서는 찌푸리지 않고 언제나 활짝 웃곤 했던 친구들과 친척들, 그들은 늘 집 밖의 다른 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