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기
줌파 라히리,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마음산책, 2015.
(11~14쪽)
난 작은 호수를 건너고 싶다. 정말 조그만 호수지만 건너편 호숫가가 내겐 너무나 아득하고 아무래도 이 호수를 건넌다는 게 내 능력 밖인 것 같다. 호수 가운데 수심은 아주 깊을 것이다. 난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 물속에 뛰어들기는 겁이 난다.
내가 말하는 호수는 외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다. 호수에 가려면 조금 걸어서 고요한 숲을 지나가야 한다. 건너편 호숫가에 오두막 한 채가 있다. 호숫가에 있는 유일한 집이다. 호수는 수천 년 전 마지막 빙하작용이 일어난 직후 형성됐다. 물은 깨끗하지만 검푸르고 흐름이 없으며 소금기가 적다. 호수 기슭에서 몇 미터만 들어가도 물속이 보이지 않는다.
아침이면 나처럼 호수에 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사람들이 편안한 듯 유유히 호수를 건너고는 오두막집 앞에 몇 분간 머물다가 돌아오는 모습을 본다. 그들이 팔을 몇 번이나 휘젓는지 세어본다. 난 그 사람들이 부럽다.
난 한 달 동안 호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호수 가장 자리만 빙 둘러 헤엄쳤다. 지금에 비해 둘레가 훨씬 긴 이 호수를 한 바퀴 돌자면 30분 이상 걸린다. 하지만 나는 늘 호수 기슭 가장 자리에서 수영을 할 뿐이다. 수영하다가 피곤하면 헤엄을 멈추고 일어설 수 있다. 연습하기에는 좋지만 그리 흥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날 아침 나는 두 친구와 호수에서 만났다. 친구들과 호수 건너편 오두막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홀로 호수를 빙 둘러 헤엄치는 일도 지쳤으니까.
팔을 몇 번 휘저었는지 세어봤다. 물속에서 친구들은 내 곁에 있지만, 모두 혼자라는 것도 안다. 150번 정도 팔을 휘젓자 벌써 호수 한가운데, 가장 깊은 곳에 와 있다. 다시 100번 휘젓고 나니 호수 바닥이 보인다.
호수 건너편에 도착했다. 난 문제없이 해냈다. 지금껏 멀리서만 봤던 오두막이 몇 걸음 앞에 보인다.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호수를 건너자 내가 알던 호숫가는 건너편이 된다. 이쪽이 저쪽이 된 것이다. 기운이 충만해졌서 나는 다시 호수를 건넌다. 기쁨이 밀려온다.
지난 스무 해 동안 난 그 호수 기슭을 따라 헤엄쳤던 것처럼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다. 늘 내 주된 언어인 영어 옆에 바싹 붙어서 말이다. 언제나 이탈리아어 기슭을 맴돌기만 했다. 연습은 많이 됐다. 근육을 키우고 두뇌를 회전하는데는 도움이 되었으니, 하지만 분명 감흥은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면 그 언어에 빠질 수 없다. 또 다른 언어가 늘 옆에서 받쳐주고 구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 깊숙이 들어가서 빠지지 않고 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빠져들려면 기슭을 떠나야 한다. 구명대 없이. 뭍에서 팔을 몇 번 젓는지 세지만 말고 말이다.
숨어 있는 작은 호수를 건넌 지 몇 주 뒤 나는 두 번째로 물을 건넌다. 기나긴 여정이지만 전혀 힘들지 않은 횡단이다. 그 건너기는 내 인생의 진정한 첫출발이 될 것이다. 이제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이탈리아에서의 삶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