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음악이란'
이춘아
2020. 8. 30. 06:21
'음악이란'
음악이란 한 음과 다른 음 사이의 거리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음악인이다. 건반 터치부터 루바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바로 이 인식에서 비롯된다. 나는 “각자의 안에 들어 있는 음악 DNA는 건드리지 않으며” “최소한만 가르친다”는 그의 관심 깊은 배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각자가 진실된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것에 충실할 것을 바르다 교수님은 많이 강조하셨다. 내가 바르다 교수님께 그의 큰 은혜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할 때마다 지극히 겸허하게 나에게 하신 그 말씀은 얼마나 벅찬 감동이었던가!
“현정아, 이것만은 확실하구나. 난 네가 진실한 너 자신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을 뿐이다.”
음악은 바로 그 같은 세계로 이끈다. 연주를 하는 것은 음표들의 정확성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훨씬 그 이상이다. 연주를 하는 것은 브람스가 말한 그 특별한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음악에서 절제라는 것이 있다고 믿지 않는가. 그렇다. 모차르트는 분명 굉장히 외향적인 인물이었다. 사람의 기쁨과 가벼움이 그가 쓴 편지들에게 드러나듯이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며, 전적으로 즐기며 생생히 살아 있으라고 부추긴다. 베토벤과 그의 위대함은 우리를 격정에 사로잡히게 하며, 슈베르트의 부드러움은 때로는 환희로 때로는 멜랑콜리로 우리를 어루만진다.
음악이란 무엇일까? 음악이란 영혼과 영혼의 소통이 아닌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은 근원적인 상태의 음악의 근본을 되찾는 것이다. 바람의 소리는 과연 어떤 소리일까? 우리는 그 소리에 대해서 정의를 내릴 수가 있는가? 도대체 누가 “바람 소리는 이렇고”라고 그것에 대한 정의, 혹은 답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각자 자유롭게 그 소리를 우리 안에서 들으며 자기만의 고유한 소리의 세계를 창조해나가야하지 않는가? 자유롭게. 그렇다, 우리는 자유롭다.
음악은 바람의 소리에서 처음으로 생겨났으며,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모두 음악의 원천이다.
음악은 안양의 다리 밑에도, 어린 나의 두 눈을 휘둥그레 만들던 나른한 물풀들의 움직임에도 이미 있었다. 음악은 자연이다. 또한 자연의 메아리이다. 음악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적인 흐름의 완벽함을 듣게 해준다. 반복되는 프레이징으로 모래사장을 향해 밀려와서 부서지는 파도, 하지만 밀려올 때마다 각각 늘 유일하며 개별적인 파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지는 새의 노래,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와 봄날의 이슬비, 내면의 숨격에 몰아치는 열대 계절풍, 영혼의 루바토, 쿵쿵 뛰는 심장, 점점 더 빨리 뛰었다가, 겁을 먹기도 하며, 순간 평온을 되찾는 우리의 심장, 감정이 고조되면서 빨갛게 달아오르는 두 볼. 축축하게 젖은 손, 살아 있는 육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