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아 2020. 10. 4. 05:08

이태준, [문장강화], 범우문고 129, 범우사, 2015(전자책 발행)

이태준(1904~ 미상): 한국의 소설가. 강원도 철원군 출신으로 본명은 이규태. 호는 상허, 상허당주인. 소설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일명 조선의 모파상이란 별칭도 있으며, 일반적으로 근대 단편 소설의 완성자라고 불리낟. 문장가로서도 유명하다. ‘시에는 정지용, 문장에는 이태준’이라 일컬어졌다. 이태준은 자신의 저서 [문장강화]에서 주장한 일물일어설에 따라 소설을 썼다. 실제 이태준의 소설은 2020년대에 와서 읽어도 누가 따로 설명하지 않는 한, 1930년대 소설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문장과 수성이 현대 소설과 비슷하다.게다다 이오덕 선생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의 전형이라고 칭찬했듯 깔끔한 표현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장가 중 하나였다. (나무위키에서)


‘기행문’

여일기(旅日記), 여행기이니, 자연이든, 인사든, 눈에 선 풍정에서 얻는 감상을 쓰는 글이다. 

여행처럼 신선하고 여행처럼 다정다감한 생활은 없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새것들이다. 새것들이니 호기심이 일어나고 호기심이 있어 보니 무슨 감상이고 떠오른다. 이 객지에서 얻은 감상을 쓰는 것이 기행문이다. 

객지에서 얻은 감상, 그러니까 우선 어디로고 떠나야 한다. 가만히 자기 처소에 앉아서는 쓸 수 없는 글이다. 멀든, 가깝든, 처음이든, 어러 번째든, 어디로고 떠나야 객지일 것이니,기행문에는 

첫째, 떠나는 즐거움이 나와야 한다. 

둘째, 노정이 보여져야 한다. 

셋째, 객창감(客窓感)과 지방색이 나와야 한다. 

넷째, 그림이나 노래를 넣어도 좋다.

다섯째, 고증을 일삼지 말 것이다. 

이 외에 더욱 주의할 것은 감각이다. 감각이 날카로워야 평범한데서도 맛있게, 인상적이게 느낄 수 있다. 이상의 [성천기행]의 일절이 평범한 사실이나 얼마나 아름답게 써졌는가? 그리고 노정과 일정이 장원한 데서는 형식을 일기풍으로 취함이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또 당일로 다녀오는 조그만 원족기 같은 데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에 관심하는 것이 요령을 잃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날씨, 새로 보고 들은 것, 가는 모양, 가장 인상 깊은 것, 가는 곳과 나, 거기서 솟은 무슨 추억과 희망, 상상하던 것과 실지, 이날 전체의 느낌.



‘수필’

자연, 인사, 만반에 단편적인 감상, 소회, 의견을 경미, 소박하게 서술하는 글이다. 

수필이란 수의(隨意) 수제(隨題)의 글이다. 논조를 밝히고 형식을 차릴 것 없이, 한 감상, 한 소회, 한 의견이 문득 솟아오를 때, 설명으로 되든, 묘사로 되든, 가장 솔직한 대로 표현하는 글이다. 솔직하기 때문에 논문보다 오히려 찌름이 빠르고 날카롭고, 형식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시경이나 가벼운 경구, 유머가 적나하게 나타나버린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수필을 강의나 연설이 아니라 좌담과 같은 글이라, 혹은 정식이나 회식 요리가 아니라 일품 요리와 같은 글이라 하였다. 근리한 비유이거니와 단적이요 소아해서 필자의 면목이 첫마디부터 드러나는 글이 이 수필이다. 그 사람의 자연관, 인생관, 그 사람의 습성, 취미, 그 사람의 지식과 이상, 이런 모든 ‘그 사람의 것’이 직접 소재가 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있어서나 수필은 자기의 심적 나체다. 그러니까 수필을 쓰려면 먼저 ‘자기의 풍부’가 있어야 하고 ‘자기의 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세사 만반에 통효해서 어떤 사물에 부딪치든 정당한 견해에 빨라야 할 것이요 정당한 견해에서 한 걸음 나아가 관찰에서나, 표현에서나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