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우미미라이 도서관

이춘아 2020. 11. 1. 06:13

조금주,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도서출판 나무연필, 2017.


일본 가나자와 ‘우미미라이 도서관’

일본의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의 주택가 한가운데에는 스펀지케이크 모양의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콘크리트 표현에 삼각 배열로 구멍이 뚫려 있고, 6000여 개의 원형 유리블록이 표면을 장식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외관의 이 건물은 2011년 개관한 가나자와 우미미라이 도서관이다. 설계는 일본인 건축가 구도 가즈미와 호리바 히로시가 맡았다. 

두 건축가는 이용자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독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전자책을 비롯한 디지털 자료들이 제공할 수 없는, 물성을 가진 책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편안하게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환경을 이곳에 구현하고자 했다. 

도서관 건물은 가로와 세로는 각각 45미터, 높이는 12미터의 단순한 사각 공간인데, 내부는 25개의 기둥으로 지탱되며 구멍 뚫린 벽이 전면을 에워싸고 있다. 외벽의 구멍은 건물 안에서 조그맣고 둥근 투명 창처럼 보이는데, 여기서 쏟아져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은 따스하고 은은하면서도 차분한 안정감을 준다. 도서관 2층은 전체가 하나의 열람실로 , 천장이 높은 데다가 외벽 구멍으로 빛이 들어와서 확 뚫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장시간 책을 읽어도 눈이 피곤하지 않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구멍들은 크기가 다르다. 각기 다른 세 종류로 되어 있는데, 미묘하게 엇갈려 보이지만 단순하게 규칙적으로 줄지어 배열한 것이다. 이런 창의 경우 보통 유리를 사용하는데, 이 건물에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고성능 플라스틱을 썼다. 조도, 눈부심, 조망, 개인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선택한 자재다.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기도 하지만, 책을 보관하는 저장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가나자와 우미미라이 도서관은 총 24만여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으며,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도 완비하고 있다. 1층에는 이동 가능한 무대와 200인치 스크린을 갖춘 250석짜리 홀이 있어서 강연회나 발표회 등에 사용된다. 이외에 30석 규모의 작은 회의실과 20석 규모의 그룹 활동실도 마련되어 있다. 

이 건물은 2011년 영국의 BBC에서 선정한 ‘세계의 슈퍼 도서관 베스트 4’, 미국의 문화정보 사이트인 플레이버와이어닷컴에서 선정한 ‘세계의 가장 아름다운 공공도서관 25’ 등으로 그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일본의 각종 건축상을 수상하면서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