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생명의 자기 조직화

이춘아 2021. 6. 6. 05:50

조애나 메이시 & 몰리 영 브라운, [생명으로 돌아가기], 모과나무, 2020.


세상에 대한 고통은 물론, 지구 생명체를 대표하여 느끼는 공포와 분노, 슬픔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현재 건강한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러한 감정을 오해해서 참는다면, 그만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뿐입니다. 

감정을 억압하고 부정하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며 더욱 고귀하고 용감한 시민이 되고자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생명에 대한 열정과 타고난 창의적 지능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꾸짖고, 힘든 내색 없이 꿋꿋이 버텨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만이 훌륭한 영웅이라고 보는 것도 산업성장사회에서 주입한 세계관입니다. 

지구상 역사적인 이 순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 아닙니다(사실 파괴는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점에서 깨듯 세상과, 우리 자신과, 또 서로 간에 완전히 새롭게 관계를 맺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깨달음으로써 대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이를 앞선 장에서 대전환의 제3차원 ‘인식과 가치관 바꾸기’로 설명했습니다. 이 깨달음은 돌아가는 바퀴의 중심축처럼 생명지속사회로 첫걸음을 내딛는 일에 중추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 우리가 자리한 생명의 그물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고 처음부터 다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생명의 자기조직화’라는 거대한 지성에 눈뜰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힘으로 인해 우리는 성간 가스와 원시 바다에서부터 탄생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 정체성이 확장되어서, 자아가 ‘두려움’이라고 규정한 것을 받아들이고 또 뛰어넘을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고통이 세상의 자기치유 과정에 깊이 참여하는 관문임을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집단 작업은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지난 40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대전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발상은 단연 용기와 사랑이며 이는 우리가 함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대하게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 너와 함께 떠나리
우리에게 수치심을 주는 그곳으로
나무와 마시그라스를 빼앗겨 헐벗은 언덕
넘쳐나는 하수엔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검어진 해안선엔 화학물질로 오염된 물
황량한 곳, 새까만 재가 된 곳
영영 아무것도 자라지 못할 토양,
푹 팬 사막에서 너와 함께하리

몇 달이고 천천히 타들어가는 들판, 
지하폭발에 몸부림치는 선인장과 수풀 뿌리
나 손을 들어 네 손에 포개고, 
내 손을 잡아 함께 걸으리

정성으로 가꾼 밭에 줄지어 선 잎채소
거기에 떠다니는 방사능 먼지
금빛 붉은 거룩한 산에 숨겨진 우라늄 광산의 어듬

나 너와 함께 찬바람 부는 병동 복도에서 들으리
모국어로 부르짖던 광부의 목소리

고통의 목소리, 그 외침에는 
잊어버린 어머니의 이름
숲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에, 
헬리콥터가 이는 바람 속에 나 네 곁에 서있으리

경찰 사이렌 소리 날카로운 가운데
마지막 순간까지
미세한 빛의 떨림이 잎새 사이로
아! 나는 이 사랑으로 
상처 입은 곳곳을 어루만지리

- 애니타 배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