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9월 1일은 여권통문의 날
이춘아
2021. 10. 31. 00:13
여권통문은 한국최초의 여성인권선언서의 의미를 갖는다. 여권통문 발표 이후 여자 교육기관을 설립하고자 조직한 찬양회는 한국최초의 여성단체이기도 하다. 여권통문은 한국이 근대화를 시작하면서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 스스로가 권리를 주장했다는 점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 또 단순한 주장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여학교를 설치한 그 실천력에 높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여성사학회, 여성사박물관추진협의회, 사단법인 역사여성미래 등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여권통문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하여 통문이 발표된 날을 여성계를 넘어 국가차원의 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제기되었고 2020년 9월 1일에 ‘여권통문의 날’로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이는 민간차원의 노력과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여성운동사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여권통문은 세계적인 여성인권선언의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여성들이 시대의 변화를 스스로 자각하여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한 여권통문은 세네카폴즈의 선언에 뒤지지 않는 보편적인 여성인권을 담고 있다.
둘째,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근대적인 여성운동의 출발로 연결되었다. 여권통문을 발표한 여성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운동 단체인 찬양회를 설립했다.
셋째, 여권통문이 발표된 시기를 전후하여 시대변화에 열린 자세로 참여한 선국적인 여성들에 의해서 여권통문의 정신이 실천되고 있었다.
오늘날 여권통문이 제시했던 여성의 교육권은 이루어졌지만 그 교육을 받은 이후의 생활은 아직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취업 시의 성차별이 여전하고, 유리천장지수와 성별임금격차는 아직도 크다. 정치무대에서의 여성소외도 여전하다.
1898년의 여권통문 주장은
- 시대변화에 열린 자세로 여성도 참여하라.
- 새로운 문명과 열린 정치에 여성도 참여하라.
-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자유롭게 살라.
- 학문과 지식을 넓혀 남성과 동등한 권리로 아름답게 살라.
- 세상을 알고 재능을 닦아 덕이 높은 인격자가 되고 귀한 영웅호걸이 되는 꿈을 이루라.
120여 년 전 여권통문이 제시한 메시지는 아직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