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오직 할 뿐’

이춘아 2022. 3. 26. 00:49

현각 엮음. 양언서 옮김, [부처를 쏴라 -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숭산 대선사의 가르침], 김영사, 2009.

'오직 할 뿐’

우리 모두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어. 이 자체는 문제가 되질 않아. 찰나 찰나 오직 맑은 마음 상태를 지키면 올바른 행동이 자연스레 나와. 이걸 우리는 올바른 업이라고 하지. 선업이니 악업이니 말하지 않아. 좋고 나쁨의 경계를 넘어선 거야. ‘하늘은 푸르다’, 좋은 거야 나쁜거야? 좋고 나쁨의 차원이 아니지? ‘물은 흐른다’,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이 역시 좋고 나쁜의 차원이 아니야.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이름일 뿐이야. 착한 행동을 하면 죽어서 천당에 가고, 나쁜 행동을 하면 지옥에 가. 

그러나 찰나 찰나 맑은 마음을 지니면 올바른 행동만이 나타나서 천당과 지옥에 걸리지 않게 돼. 이것은 생사를 초월하고 일체 중생만을 위한 보살행이야. 제일 중요한 점은 ‘왜 하는가?야. 자신을 위해서인가, 일체 중생을 위해서인가? 그 답을 알면 어떤 행동도 문제되지 않아 아주 중요한 문제야. 이것이 바로 선 수행이고 선의 방향이야.

숭산 큰스님의 스승이었던 고봉 선사(1890~1961)는 당대 최고의 선승 중 한 분이었다. 고봉 선사는 전통 염불 의식에서는 어떤 경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집전해야 하는지를 전혀 몰랐다. 목탁 치는 법도, 절하는 시점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되뇌었다. ‘아무 문제없어, 걱정할 것 없어, 오직 할 뿐, 문제없어. 오직 할 뿐.’

“과연 무엇이 옳은 염불입니까? 어떤 염불을 그르다 할 수 있습니까? 고봉 스님께서는 훌륭하게 잘 하셨습니다. 전심전력을 다하셨어요. 글자나 말은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가 중요하지요. 고봉 스님께서는 성심성의껏 염불을 하셨어요.”

숭산 큰스님께서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다음과 같이 설하셨다. 

“정진에 관한 이야기인데 참 흥미롭지? 찰나 찰나 ‘오직 할뿐!’ 이야. 오직 정진하는 마음으로 , 일심으로 ‘오직 할 뿐’이라고. 생각에 집착하면 염불을 하든 참선을 하든 절을 하든, 아니면 특별한 수행을 하든, 무엇을 하든 간에 도움이 안 돼. 청정한 마음을 지니지 못하고, 입으로 외면서도 망념을 따른다면 부처님도 구제해 주시지 못해. ‘오직 할 뿐’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무엇이든 100퍼센트 하면 주체와 객체가 없어져. 거기에는 안과 밖이 없어. 안과 밖이 이미 하나야. 나와 대우주가 둘이 아니라는 말이야. 그 자리에는 생각이 붙질 않아. 

기독교 성경에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라는 구절이 있거든. 가만히 있는, 즉 고요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아. 하나님과 항상 일체야. 고요함은 부동심. 다시 말해 몸을 움직이고, 무엇을 하는 동안에도 추호도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뜻해. 주체도 객체도 사라져 마음도 완전히 고요한 상태야. 이것이 바로 부처의 적정이지. 참선할 때 고요해져야 해. 염불할 때도 고요해져야 해. 절할 때도, 먹을 때도, 말할 때도, 걸을 때도, 책 읽을 때도, 운전할 때도 고요해져야 해. 이것이 바로 부동의 마음, 즉 ‘오직 할 뿐’이야. 이걸 칭하여 정념이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