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도시를 위한 6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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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외, [도시마을 생존법: 코로나 시대, 지역에서 세계를 보다], 이매진, 2022.
‘건강하고 행복한 도시를 위한 6가지 원칙’ (주성돈)
도시의 환경 요인은 시민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만 시민 건강을 염두에 두고 도시를 설계하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코로나를 거치며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건강과 도시환경의 관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감염병과 도시 환경의 상호관계를 고민하고, 도시와 시민의 건강을 향상시킬 도시 계획 등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도시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6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녹색 친화 도시
도시 녹지는 사치나 특권이 아니다. 도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공공재다. 모든 사람이 녹색 공간에 접근할 수 있게 자연 친화형 숲을 조성해야 한다. 녹지 공간은 건강하고 행복한 도시 인프라가 되고, 녹지 덕분에 깨끗해진 공기는 시민의 행복과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어린이 친화도시
도시는 어린이를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다. 복잡한 도로, 대기오염, 미로 같은 거리 등은 어린이를 위협한다. 놀이터만 만든다고 끝이 아니다. 아이들이 언제든 갈 수 있는 안전하고 개방된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매일 어린이 5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수천 명이 크게 다치거나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빌릴 수 있는 장난감 창고를 거리 곳곳에 만들었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과정에 어린이를 참여시키기도 했다. 캐나다 해밀턴의 도시 정책가들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놀고 싶은 곳을 촬영하라고 한 뒤 아이들이 찾은 장소를 놀이 공간으로 바꿨다.
여성 친화 도시
도시 계획은 남성이 주도할 때가 많아서 여성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여성의 60% 정도는 공공장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며, 도시보다 시골에서 더 많은 여성이 공포를 경험한다. 여성들은 안전 문제뿐 아니라 대중교통 때문에 많은 불편을 느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교통 환경을 조사해보니 남성은 출퇴근만 한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식료품 쇼핑을 하고, 가족을 돌보고, 일을 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도보와 대중교통을 비롯해 교통수단을 자주 활용하는 현실을 고려해 유아차를 이용하기 쉽게 도로를 포장하고 경사로를 정비하고, 대중교통을 확충했다. 캐나다 토론토는 여성이 집에서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버스를 내릴 수 있는 ‘정차요청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강 친화 도시
도시 거주자는 우울증, 불안, 조현병에 시달릴 위험이 매우 높다. 도시 공간의 특성과 삶의 속도가 스트레스와 불안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하도록 파트너십을 독려해야 한다. 미국 뉴욕 시는 성인 5명 중 1명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총기 사고와 강력 범죄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총기 사고와 강력 범죄가 정신 질환이나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된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정책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 덴버 시는 시민들이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고민과 걱정을 털어놀을 수 있는 ‘공개고백 부스’를 설치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은 유치원과 요양원을 통합해 노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안전 친화 도시
범죄는 피해자를 넘어 시민들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범죄 수준이 높다는 인식은 우울증을 일으키고 정신 건강에 해롭다. 어두침침한 가로등만 바꿔도 범죄가 크게 줄어든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아트클럽이 자리한 번화가의 교통망을 개선해 쉽게 귀가할 수 있게 하자 밤새 술에 취해 파티를 즐기는 사람이 줄고 폭력도 잦아들었다. 안전에 취약한 공공 시설물을 바꾸면 우발적 범죄도 막을 수 있다.
활동 친화 도시
운동은 비만 감소와 우울증 퇴치에 도움이 된다. 많은 도시가 운동하기 쉬운 도시 설계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대기 오염이 심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하다. 가벼운 트랙을 할 수 있는 산책로와 공원, 도시 숲을 만들면 신체 활동이 부족한 시민들도 운동을 쉽게 할 수 있다. 살기 좋은 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안전하고 녹색 공간이 풍부한 공공장소를 늘리려 노력한다. 세계가 도시화되고 도시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지금, 도시 공무원들은 지속 가능하고 더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갖추기 위해 좀더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