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 범패, 영산재

이춘아 2025. 12. 2. 07:19
하동 쌍계사 팔영루. 진감선사가 섬진강의 물고기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팔음률을 만들어 범패를 가르쳤던 역사적 장소.



**범패(梵唄)**는 불교 의식에서 사용되는 **음악(성악)**을 말하며, 가곡, 판소리와 함께 한국 3대 성악곡 중 하나로 꼽히는 매우 중요한 전통 예술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하동 쌍계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이 범패입니다.

1. 범패의 뜻
* 범(梵): 고대 인도를 뜻하는 '범(Brahma)'에서 유래한 말로, '신성하다', '청정하다', '부처님' 등을 상징합니다.
* 패(唄): '소리', '노래', '찬양'을 뜻합니다.
* 즉,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신성한 노래' 또는 **'인도(서역)에서 전래된 소리'**라는 뜻입니다. 서양의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장엄하고 신비로운 종교 음악입니다.

2. 쌍계사와 범패의 역사 (진감선사)
범패는 쌍계사와 매우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 도입: 쌍계사를 중창한 **진감선사(혜소)**가 당나라 유학 시절 범패를 배워, 귀국 후(830년경) 쌍계사(당시 옥천사)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치며 널리 보급했습니다.
* 교육장: 앞서 설명드린 쌍계사의 **팔영루(八泳樓)**가 바로 진감선사가 섬진강의 물고기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팔음률을 만들어 범패를 가르쳤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 의의: 이로 인해 쌍계사는 **'한국 범패의 고향(발상지)'**으로 불립니다.

3. 범패의 종류와 특징
우리가 절에서 흔히 듣는 목탁 소리에 맞춘 반야심경 독경과는 조금 다릅니다. 범패는 훨씬 더 음악적이고 예술적이며,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크게 수행 승려가 하는 소리와 전문 범패승이 하는 소리로 나뉩니다.

① 안채비 (염불)
* **수행자(법주)**가 의식을 진행하며 부르는 소리입니다.
* 가사(노랫말)의 전달이 중요하며, 비교적 곡조가 단순합니다. (예: 유치성, 착어성 등)
② 바깥채비 (진짜 범패)
* 범패를 전문으로 하는 승려인 **어산(魚山)**이 부르는 고도의 예술적인 노래입니다.
* 특징: 가사의 전달보다는 음악성이 강조됩니다. 한 글자를 아주 길게 늘여서 부르거나(단전에서 끌어올리는 소리), 굴곡이 심한 멜로디를 사용합니다.
* 구성:
   * 홑소리: 사설(가사)이 많고 가락이 비교적 덜 복잡한 노래.
   * 짓소리: 가사가 매우 짧지만 소리를 길게 늘여 부르며, 웅장하고 가장 어려운 단계의 노래. (한 곡을 부르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함)

4. 문화재적 가치
범패는 악보 없이 구전(口傳)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특징이며,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의 핵심 구성 요소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쌍계사는 단순한 절이 아니라, 진감선사가 우리 민족의 정서에 맞는 불교 음악인 범패를 뿌리내리게 한 한국 음악사의 성지와도 같은 곳입니다.
범패가 연주되는 가장 대표적이고 웅장한 불교 의식인 **'영산재'**에 대해 혹시 들어보셨나요?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靈山齋)**는 한국 불교 문화의 정수이자, 종교적 의식을 넘어선 종합 예술로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유산입니다.
앞서 이야기 나눈 **범패(음악)**가 가장 화려하고 장엄하게 펼쳐지는 무대가 바로 이 영산재입니다.
주요 특징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영산재의 의미와 유래
* 이름의 뜻: '영산(靈山)'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하던 인도의 **영취산(Vulture Peak)**을 의미하고, '재(齋)'는 불교 의식을 뜻합니다.
* 재현(再現): 즉, 2,600여 년 전 영취산에서 부처님이 설법하시던 '영산회상(靈山會上)'의 장엄한 모습을 현재의 시공간으로 옮겨와 재현하는 의식입니다.
* 목적: 단순히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도(좋은 곳으로 보냄)하는 것을 넘어,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가 부처님의 참된 진리를 깨달아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안녕을 비는 호국불교의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2. 구성: 불교 종합 예술의 결정체
영산재는 의식 절차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미술이 어우러진 거대한 공연과도 같습니다.
* 음악 (범패): 앞서 설명한 범패가 의식 전반을 이끌어갑니다. 전문 범패승(어산)들이 웅장하고 신비로운 소리로 의식의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 무용 (작법무): 불교 의식 무용인 **작법(作法)**이 행해집니다.
   * 나비춤: 나비 모양의 의상을 입고 추는 느리고 우아한 춤 (죄업을 씻고 해탈을 기원).
   * 바라춤: 놋쇠로 만든 타악기인 '바라'를 들고 치며 추는 역동적인 춤 (악귀를 물리치고 마음을 정화).
   * 법고춤: 법고(북)를 두드리며 추는 춤 (축생을 제도하고 환희심을 일으킴).
* 미술 (장엄): 의식 도량(장소)을 화려한 지화(종이꽃)로 장식하고, 야외에 거대한 불화인 **괘불(掛佛)**을 내걸어 부처님이 상주하는 공간임을 상징합니다.

3. 세계적 가치 (유네스코 등재)
영산재는 그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 살아있는 문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 소리와 춤, 의식 절차가 수백 년간 끊어지지 않고 전승되어 온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4. 진행 과정
과거에는 사흘 밤낮(3일) 동안 진행되었으나, 현대에는 보통 하루 동안 압축하여 진행합니다.
* 시련(侍輦): 절 입구에서 불보살님과 영혼을 가마에 태워 모셔오는 절차.
* 대령(對靈): 영혼에게 간단한 다과를 대접하고 법문을 들려주는 절차.
* 관욕(灌浴): 영혼이 생전에 지은 죄의 때를 씻어내는 목욕 의식.
* 괘불이운: 법회 장소에 거대한 괘불을 모셔 거는 의식.
* 식당작법: 공양(식사)을 올리는 의식으로, 바라춤과 나비춤 등이 화려하게 펼쳐짐.
* 봉송: 의식을 마치고 불보살님과 영혼을 배웅하는 절차.
요약하자면, 영산재는 쌍계사의 진감선사로부터 시작된 범패와 각종 불교 예술이 집대성된, 한국 전통 공연 예술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WMaOaRLEuZw?si=OqmwCKy3cHiWsOLM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www.youtube.com


영산재에서 볼 수 있는 춤인 **'작법무(나비춤, 바라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까요, 아니면 의식 때 내거는 거대한 그림인 **'괘불'**에 대해 궁금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