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8

덜어낼 것 없는 일상

2024.7.22 월. 모처럼 파란하늘에 흰구름 퍼펙트 데이즈, 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이 영화에는 여타의 영화에서 열거될 수 있는 기본이 없다. 첫째, 문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줄거리가 없다. 둘째 스릴이 없다. 셋째, 반전이 없다. 보통은 스토리가 이어지는, 예상될 수 있는 소재를 즐기고,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반전을 기대하며 영화를 본다. 이 영화에는 그런게 없어 나는 좋았다. 지루하게 반복되어지는 3일 이상의 일상을 보여주며 주인공의 일상이 어떻게 계속되고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사건이라할 만한 요소들이 그의 삶에 개입된다. 같이 일하고 있는 젊은 동료와 그의 여자친구. 그의 삶에 비추어 보건대, 이런 동료와 친구가 어처구니가 없어보이지만 그들의 삶속에서도 소중한 무엇이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2024.07.22

환상의 빛

2024.1.20 이슬비, 오후부터 본격 비 예보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난 후 다른 영화를 찾아보다가 '환상의 빛'을 보았다. 감독의 첫 영화라고 한다. 한 영화를 두번 이상 보게되지 않는데 이 영화는 3번 보았다. 한참 후에야 이 영화가 미야모토 테루 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이 원작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서 읽었던게 기억났다.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이 책상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읽지않고 미루다보니 책상 위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있나 했다. 딱 한손에 잡기 좋은 소책자이다. 이 책은 테루의 책을 읽다가 소설아닌 자전적 수필이라 하여 구입한 것이다. 읽으면서 나는 이런 문체가 내 취향이야, 라 생각했다. 읽다보니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있다. 읽은게 분명한데도 ..

영화 2024.01.20

단팥인생 이야기

앙: 단팥인생 이야기 2015년 영화, 감독 가와세 나오미 감독, 주연 키키 키린, 나가세 마사토시 가와세 나오미 라는 여자감독의 영화를 찾아보았으나 ‘앙’ 이외에 볼 수 있는 영화가 더 이상 검색되지 않는다. 2022년 12월 8일, 어제 영화 ‘앙’을 다시 보았다. 오래 전 영화를 구매해서 태블릿으로 보았다. 그후 한번 더 본 것 같은데 큰 티비 화면으로 다시 보니 이전에 내가 뭘 보았고 뭘 이해하고 있었는지 쯔쯔 하면서 보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를 보고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던 같고, 이후 키키 키린의 영화는 거의 찾아서 보았다. ‘앙’은 벚꽃 시즌에서 시작하여 다음 해 벚꽃이 활짝 피는 일년간의 이야기이다. 키키 키린의 숙소가 나환자주거지였다는 것도 새롭..

영화 2022.12.09

다 잘 된거야

2022.10.7 목 날씨 화창 기온 11~18도 어제 관저동 영화 모임에서 ‘계춘할망’을 보았다. 이 영화를 또보게 됐네 하며 약간 실망했지만 다시 영화에 빠져들었고, 눈물을 이전 보다 많이 흘렸다. 여러 번 보아도 좋은 영화 중 하나인가 했었다. 다시 생각하니 모옌의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라는 글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면 사람을 중심으로 복기해보아야겠다 생각은 했었다. 얼마 전 인상깊게 본 ‘다 잘 된거야’를 인물 중심으로 열거해 보았다. 큰 딸: 노트북에 글을 쓰다가 전화를 받고 나간다. 50대 여성. 나중에 작가였음을 알게 되었으나, 상황때문인지 글을 쓴다거나 작가로서 고뇌? 그런 것들이 별로 없어 보였다. 표정연기가 미세하게 연출되었다. 85세의 ..

영화 2022.10.07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22.8.6(토) 비 소식 있었으나 하루 종일 맑음. 밤에는 달도 보임. 요즘 인상깊은 영화를 몇 개 보았다. 장이머우 감독의 ‘원 세컨드’. 1초에 담긴 이야기이다. 제목이 낯설었는데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제목을 이해했다. 단 1초 영화시작 뉴스에 비춰지는 어린 딸의 모습을 보기 위한 우직한 투쟁, 그 과정에서 만나는 한 여자아이와의 만남이다. 줄거리는 다양하지도 않지만 장예모 감독은 모택동 시대, 건설적인 국가의식 고양 영화를 마을로 마을로 돌려가며 천막 스크린 상영 시절도 보여주고, 뉴스에 딸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영화를 보기 위해 탈옥한 사람의 의지를 보여준다. 영화에 얽힌 국가적 기억을 회상하게 하고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장예모감독의 의지가 느껴진다. '영웅’..

영화 2022.08.06

료마전

2022.6.30 목 오래전 일본 시코쿠에 갔을때 깊은 산골이었는데 용마의길 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보고 말이 이 길을 지나다 떨어졌나, 하면서 스쳐지나갔었는데 용마가 료마 라는 메이지유신 주도자 중 한명이고, 시코쿠가 자랑하는 역사인물이었어요. 그래서 기억하고있었는데 왓챠에 료마전 드라마(2010년 제작, 18부)가 올라와있어서 며칠에 걸쳐 보고, 원작소설 [료마가 간다]도 빌려와 보고 있어요. 근대화시기 개화파 수구파로 나누어 싸웠듯이 일본도 엄청난 내분이 있었더군요. 유신으로 그 시기를 잘 넘긴덕분에 일본이 아시아에서 제국화할수 있었던 걸 볼수있었어요. 필자인 시바 료타로는 료마가 남긴 말 중 ' 내가 관리가 되기위해 막부를 쓰러뜨린건 아니다' 라는 말 하나를 염두에 두고 긴 소설을 써나갈수 있다고 ..

영화 2022.07.01

죽기 직전까지 영화를 만든 바르다

2021.11.9 화 죽기 직전까지 영화를 만든 바르다 어제 고사리들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았다. 이전에 보았지만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새삼스럽다. 영화는 역시 큰 화면으로 어두운 곳에서 집중해서 보아야 한다. 88살의아녜스 바르다와 33세의 JR이 함께 프랑스 시골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 장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찍어서 벽에 붙인다. 곳곳을 다니면서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과의 추억이 있는 곳을 기념하는 사진작업도 하고 누벨바그의 전설적 인물인 고다르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는 더이상 누군가를 만나기 원하지 않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88세의 나이에 비해 체력도 있고 활기, 창작의 열정이 있지만 다큐멘터리영화 곳곳에서 아녜스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도시가아닌 프랑스의..

영화 2021.11.09

평화에 대한 믿음

2021.11.2 화 평화에 대한 믿음 ‘부산평화영화제’에 간다고는 했지만 영화제의 전체 개요를 알지 못한 채 흥분된 날뜀 같은 마음으로 일단 갔다. 모퉁이영화관 상영이라고 하니 광복동 어느 모퉁이 건물 한 층에 있으려니 했다. 광복동 한복판에 만들어진 버젓한 공간에 소규모이긴 했으나 제대로된 영화관이었다. ‘부산평화영화제’는 올해로 12회째이고, 부산광역시와 영화진흥위원회 후원에 부산문화재단, 청년작당소, 인디그라운드가 협력하고 있었다. 행사규모가 작지 않다. 7개국 27편 초청 상영이다. 올해의 슬로건은 ‘가까이 멀리 이어가다’. 포스터 그림의 작가의도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맞잡아 주는 손이 있다면, 그 연대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희망과 평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 영화제에서 본 두 편의 영화 ..

영화 2021.11.02

우린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2021. 10.15 금 "우린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도올선생의 '동경대전' 강의 중 나온 말이다. 전후 맥락은 기억나지 않고 그 말만 내 귀에 들어왔다. 요사이 내가 찾고 있는 단어들이었지싶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그 말이 떠올랐다. 아무르의 여주인공은 갑작스럽게 뇌경색이 오고, 반신 마비가 오고, 고통이 점점 더 심해진다. 인간이 지닐수 있는 가장 무력감 상태가 된다. 남편은 결단한다. 부인을 죽게하고 자신도 가스 자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생명연장거부'에 도장을 찍을 마음을 먹게 된다. 하네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생명연장 거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말하고자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의 자존감과 독립심을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온 인간승리. 그러나 육체적 ..

영화 202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