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최성은 옮김), 민음사, 2019.(81~83쪽)여행할 때 나는 종종 지도에서 사라지곤 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딘가로부터 출발해서 어딘가에 도착하기까지의 어느 지점. ‘틈새‘에 해당하는 그런 지점이 과연 존재할까? 그럴 때 나는 동쪽으로 향할 때 잃게 되는 낮이나, 서쪽으로 갈 때 얻게 되는 밤 같은 그런 존재일까?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두 군데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저 놀라운 양자물리학의 법칙이 내게도 통용되는 걸까? 그렇다면 그건 여태껏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증명해 내지 못한 법칙, 그러니까 같은 장소에서는 하나의 존재가 두 개의 모습으로 공존할 없다는 법칙과는 차원이 다른 것일까?내 생각엔 나 같은 부류가 꽤 많을 것 같다. 사라지고 없어지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