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 [높고 푸른 사다리], 한겨레출판, 2013.(330~342쪽)상상할 수 있으신가요? 저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터를 다닌 지 오래였지만 그토록 기괴하고 처참한 광경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들은 놀랍게도 소리치지도 난동을 피우지도 않았어요. 그들은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조용히 애원하고 있었습니다. 간절하게요. 끔찍하고도 간절하게…….불과 6킬로미터 뒤로 중공군이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쌍안경을 눈에서 떼지 못했어요. 지금도 생각납니다. 피아노를 든 가족도 있었죠. 바이올린을 등에 멘 소녀도 있었어요. 배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1000명이 정원인 배는 보통 5000명을 태웠죠. 그러나 그것도 모자랐어요.해군 대령 하나가 배 위로 올라왔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저는 나가 대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