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기: 물
2019.9.1
이춘아
물(水) 1
캄보디아 가기 전날인 일요일(2019.8.18), 도서관에서 캄보디아 관련 책들을 찾아보았다. 빌려볼 책들이 몇권 있었다. '캄보디아'를 검색하니 캄보디아어 원서로 된 글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캄보디아 이주자들과 자녀들을 위한 책이리라. 한때 이주자들을 위한 도서관이 몇군데 만들어졌었는데 이제 일반 공공도서관에 이렇게 많이 확산되었다. 빌려가는 수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론리플래닛에서 발간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북부]와 정의한(글 사진)이 쓴 [安, 캄보디아] (2013)라는 책을 빌려와 급하게 읽는다. 론리 플랫닛의 책은 정보를 얻는 것이고, 정의한의 책은 캄보디아의 느낌을 알게 한다. 하지만 뜬금없이 밑줄 긋고 싶은 대목은 이렇다.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나는 결단을 내릴 것이다. 일부러 배탈을 감수한다는 애기이다. 그 길로 밖으로 나가 미차를 먹었다. 문제는 국수나 음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이나 상당히 더럽게 유통되는 얼음에 있을 것인데 길가의 식당에서 주는 얼음물을 빨대 없이 컵 그대로 마셔버렸다. 물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 이미 느낌이 왔다. 나의 그 결단은 고맙게도 곧바로 현실화 되었다. 밤부터 시작된 복통은 어젯밤 내리던 폭우와 그것과 같은 소리의 폭을 갖게 되었다. 인도에서 겼었던 장엄하고 원시적인 그것과는 비할 수 없었지만 뭔가 동남아 특유의 습기 가득한 불편함. 나는 무언가에 스며든 느낌이었다.’
2019년 8월19일~26일, 7박8일간의 캄보디아 여행. 마지막 날 먹은 망고주스가 아닐까. 인도여행에서도 에라 하고 먹었던 망고주스로 고생했다. 정의한의 글에서처럼 얼음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일만 먹을때는 괜찮았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얼음 넣지 않은 음료를 먹지 않고 지내기는 쉽지 않은데 어쩌면 괜찮을지도 몰라 하면서 여행의 막바지에 안심하다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물(水) 2
캄보디아 여행은 늦은밤 프놈펜 공항에 내려 깜퐁치낭으로 가서 첫밤을 지내고 숙소 부근 길가에 차린 의자에 앉아 돼지불고기 얹은 밥을 맛있게 먹었다. 똔레삽 강에서 배를 탔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호수 똔레삽은 우기 때 메콩강물이 역류하여 3배 크기로 늘어났다가 줄었다하면서 비옥한 농지를 만든다고 한다. [람세스]에서도 설명되었었다. 나일강물의 수위를 잘 조절하면서 비옥한 농지를 만들었다고. 수위 조절의 능력이 왕의 능력이기도 했다는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시기가 우기임에도 비가 오지 않아 큰 걱정이라고 했다. 강의 수위가 아주 많이 낮아있다고 했다. 배를 타고 가면서 수많은 선상가옥들을 본다. 티비 등에서 보긴 했지만 육지 빈민들의 생활보다 나아보인다.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한다. 강바람은 습하다. 습한 기운 속에 늘 물 곁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체질로 되어 있을까. 선상가옥주민들 대부분 베트남사람들이라고 한다. (메콩강: 길이 4,350km로 중국 칭하이 성에서 발원하여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강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버스로 6시간 이동하여 깜퐁싸움(시아누크빌)으로 갔다. 그곳은 부산과 같은 캄보디아의 제1항구이다. 메콩강 하류 델타 지역을 베트남에게 빼앗긴 캄보디아는 해안의 범위가 짧다. 시아누크빌은 중국에 의한 개발이 한창이라 혼잡한 개발도상지역. 공사판을 헤치며 찾아간 숙소는 바다에 연해있는 호텔. 내부에 수영장을 갖춘 곳. 새로 사가지고 간 수영복으로 몸을 풀었다. 작년까지만해도 한적한 해안가 지역이 공사장으로 변해 기존의 호텔들이 장사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다음날 배를 타고 코롱샌럼 섬으로 이동했다.
물(水) 3
시아누크빌에서 40여분가량 배를 타고 코롱샌럼 섬에 도착, 다시 대기중인 배로 숙소인 순넝리조트에 이틀간 묵었다. 해물라면으로 점심먹고 드디어 해수욕. 처음으로 바다에 누워 하늘의 구름을 보다. 버킷리스트로 굳이 올려놓았던 것은 아니지만 막연했던 소원하나가 해결되는 시간들이었다. 숙소에서 바로 모래밟으며 걸어와 바다로 들어가 해수욕할 수 있는. 물반 사람반 바다가 아닌 한적해 미칠 것 같은 풍광들.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늘 그랬던처럼 자연스러운 시간들. 바다와 내가 일체가 되어 있는 둥둥 떠서 헤엄치는. 그것도 파도 때문에 멈추어야하는 것이 아닌 능력만 된다면 끝없이 헤엄쳐갈 수 있는 곳이었다.
물(水) 4
꿈같은 이틀의 시간을 보내고 프놈펜으로 가기위해 다시 배를 타고 시아누크빌로 이동. 3일전 섬으로 들어갈때 40분가량 배를 탔으나 돌아 갈 때는 여러 섬을 거쳐가느라 2시간30분이 걸렸다. 이 섬 저 섬 다니며 사람들을 태우다보니 배안은 인종박람회가 되어 흥미롭긴 했지만 꽤 긴 시간 항해를 한셈이다. 긴 시간 바다 내음을 충분히 담았다. 도착하고 보니 지난번 선착장이 아닌 어항이었다. 폭우와 풍랑으로 뱃길을 바꾸었던 것. 어항이라는 곳도 도로는 아스팔트 아닌 공사 중인 흙길이어서 움푹 패인 곳은 흙탕 웅덩이에 교통체증까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짐을 들고 전세버스 있는곳까지 걸어갈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피란길 행렬이 따로 없다.
영화를 보면 미국사람들이 신발신고 침대위에 덜렁눕고 하던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 신발에 묻은 흙은 어찌하길래 하는 궁금증이 늘 있었다. 미국 가보니 도로와 집 사이에 흙이 있을 여지 없이 아스팔트와 집 사이에는 잔디 등이 있어 그야말로 신발에 흙묻힐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도 이제 환경이 좋아져 집안에 들어가는 동안 신에 흙을 묻힐 게 없다. 캄보디아에 와서 오래동안 버스타고 가면서 보는 거리 풍경은 도로와 집사이는 붉은 흙. 비가 오면 진창에 웅덩이를 피해 다녀야한다. 내가 어려서 보았던 도로풍경도 그랬다. 신작로가 있는 곳도 차가 조금만 도로를 벗어나 움직이면 먼지가 일었다. 현재의 캄보디아와 우리의 예전 도로사정,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배수시설이었다. 도로와 집사이에 인도를 놓고 배수시설을 하거나 외곽은 도로와 인도, 그리고 풀이나 꽃길을 두어 비가 와도 스며들게 한다.그래서 진창이나 먼지길을 만들지 않는다.
캄보디아 도심지에도 배수시설 안되어있는 곳이 많아 비가 조금만 왔다하면 침수된다고 들었는데 그런 일들이 우리에게도 얼마전 까지 그러했음을 잊고 있었다. 아스팔트 깔고 길가의 집 사이에 배수시설하고 흙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까지 그 거리는 돈과 시간과 시설이 엄청나게 들어 갈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골에 이르기까지 신발에 흙먼지 묻히지 않게 되기까지 20여년 이상의 세월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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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에 예약된 호텔에도 50미터 길이는 족히 될듯한 수영장이 있었다. 바닷물 아닌 맹물에서도 잘 뜰까 걱정했는데 잘 나갔다. 왕복 해보고는 나왔다. 혼자서 하는 수영은 재미가 없지만 언제 또 수영해볼 수 있을까 하여 시간될 때마다 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 수영장 있는 호텔에 묵어 수영을 해야겠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에도 가야겠다고 마음먹다. 수영복도 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