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즐거움

이춘아 2021. 5. 4. 08:07


2021.5.4 화

2박3일 청도 아삶공에서의 느낌을 이틀이 지난 지금  ‘즐거움’이라는 단어로 정리해 본다. 라자요가 명상공부의 시간이었지만 음식과 명상을 제공해주는 벤 선생님들의 모습은 프로그램 일정 진행자로서가 아닌 함께하는 든든한 언니들 같았다. 선생님들은 다정하면서도 순간순간 흐트러짐이 없어졌다. 그 모습 표정을 간간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참가자인 우리 역시 만나면 하하호호 하는 사람들이라 모든 시간이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보통은 나혼자 어디 갔다오면 가족들에게 미안함이 있었는데, 청도에서의 나의 즐거움이 식구들에게도 전해졌던 것 같다. 식구들은 2박3일의 입고픔이 있었는지 평소보다 말을 많이 했을 뿐 투정이 없었다.

집에 온 날 저녁은 있는 재료로 밥을 해 먹었다. 다음날은 자연드림에서 야채 종류를 잔득 사다가 야채찜 등의 음식을 했다. 내가 원한 야채찜이 되지 못했지만, 식구들은 ‘건강한 음식’인 것 같다고 표현했고 한번 먹어본 것으로 됐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벤 선생님들이 해주신 마음의 요리를 계속하려는 의지를 다져본다. 청도에서 집으로 오는 도중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서 마늘 등의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역한 냄새. 오래 전 단식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마구 풍기는 냄새였다. 그 역한 냄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아침에 평소처럼 단배공을 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5가지 주문을 생각하면서 단배공을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이마에 밝은 빛을 가득 모으면서 단배공을 했다. 그리고 눈을 뜨고 했다. 전에는 눈을 감고 했었다. 눈 뜨고 명상하기를 계속해보려 한다. 미안해하고 용서해주고 감사해하고 사랑하려고 축복하려고 하는 다소는 억지스러운 생각을 내 속에서 거두고 그냥 밝은 빛을 이마에 모아보려 했다.

걸으면서도 산책명상을 해보려 했다. 하지만 옆에서 말을 하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하다보면 걸음도 흐트러졌다. 다시 한발 한발을 내딛으며 모아보려고 했다. 오늘은 온전히 혼자 걸으면서 해보아야겠다.

일상에서 눈 뜨고 명상.
단절이 일어나지 않아 좋을 것 같다. 의식하면서 이마에 빛을 모아보면 잡 생각이 사라졌다. 그 많은 생각들. . .

어디에선가 읽었던 법정 스님 이야기.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고 비탄에 빠져있는 분을 법정 스님에게 데려갔다. 스님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 분의 말을 들어주었고, 함께 걸었고, 스님이 직접 따뜻한 밥을 차려 주었다 했다. 스님은 함께 있어주고 밥을 해주었을 뿐인데 그 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갔다고 하였다. 그 방식을 간간히 떠올렸었는데, 청도에서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운트 아부.
지도에서 검색해본다. 가 본 적 있는 뉴델리, 자이푸르와 인근한 위치여서인지 친근하게 보인다. 언젠가 그 곳에 가보고 싶다. 그 곳 이야기를 할 때 벤 선생님들의 표정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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