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

이춘아 2025. 8. 1. 19:40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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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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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게 현자가 되었고, 이제는 내 뇌가 압축기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사고로 형성돼 있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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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주한의 선물인 이 끔찍한 녀석들이 시끄럽게 앵앵대면서 우박 알처럼 내 얼굴을 후려쳤다. 내가 맥주를 네 단지째 비우고 있을 때 압축기 근처에 우아한 젊은이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그를 대번에 알아보았다. 예수였다. 연이어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그의 곁으로 와섰다. 노자가 아니면 누구랴. 한눈에 그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둘은 나란히 함께 서 있었고 그 참에 나는 젊은이와 노신사를 비교할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푸른 파리들이 사방에서 미친듯이 날아다녔다. 날개와 몸이 금속성을 내며 소용돌이무늬의 살아 있는 거대한 화폭을 만들어냈다. 얼룩으로 가득한, 잭슨 폴록의 커다란 그림들 같았다.

나는 그 둘의 출현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내 조상들 역시 술을 좀 과하게 마셨을 때는 환영을 보았고, 동화 속 인물들의 방문을 받곤 했으니까. 내 할아버지는 술집을 차례로 돌다가 물의 요정들을 만났고, 증조할아버지는 리토벨 양조장의 맥아 제조소에서 도깨비불과 꼬마 악마와 선녀를 보았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에게도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 2톤의 천개 아래서 잠을 자다가, 같은 해 같은 날 셸링과 헤겔을 본 것이다. 그리고 말을 탄 로테르담의 에라스뮈스가 내게 바다로 가는 길을 물어온 적도 있었다. 그러니 오늘 내가 좋아하는 그 두 사람이 방문했다고 해서 뭐,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고를 통찰하는 데 그들 각자의 나이를 아는 게 필수 조건임을 깨달은 건 처음이었다. 파리들의 광무, 그 성난 날갯짓이 점점 활기를 띠면서 내 작업복도 피로 물들었다. 내가 압축기의 녹색버튼과 붉은 색 버튼을 번갈아 누르는 동안에도 산등성이를 쉬지 않고 오르는 예수의 모습이 보였다. 노자는 이미 산 정상에 올라 있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열정적인 젊은이와 체념 어린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는 노인. 삶의 근원으로 회귀함으로써 안감을 두둑이 댄 영원의 옷이 만들어진다. 예수는 기도를 통해 현실을 기적으로 만들려고 한 반면, [도덕경]의 노자는 순진무구의 지혜에 도달하기 위해 자연법칙들을 유일한 방편으로 삼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피로 칠갑이 된 얼굴로 피 묻은 축축한 종이를 한아름 들어올렸다. 녹색 신호가 들어오자 압축판이 이 끔찍한 종이를 짓눌렀다. 마지막으로 남은 고깃조각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파리들도 함께. 고기 냄새에 홀딱 빠진 이 푸른 파리들은 원자 안에서 맴도는 중성자와 양자처럼 점점 더 사납게 앵앵대며 들러붙었고 종이가 가득한 압축통 주위에서 빽빽한 광란의 수풀을 형성했다. 청년들과 아름다운 처녀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빛을 발하는 젊은 예수에게서 나는 눈을 떼지 못한 채 맥주를 단지째 들이켰다. 반면 노자는 홀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덤을 찾고 있었다. 피 묻은 종이에 극도의 압력이 가해지면서 곤죽으로 짓이겨진 파리떼와 뒤섞인 핏방울이 튀는 와중에도 예수는 그윽한 황홀경에 빠져 있고, 노자는 깊은 우수에 젖어 무심하고도 거만한 자세로 압축통 모서리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믿음이 가득한 예수가 산 하나를 들어 옮기는 동안, 노자는 내 지하실에 불가해한 지성의 그물을 펼쳐놓았다. 예수가 낙관의 소용돌이라면, 노자는 출구 없는 원이다. 예수가 극적인 갈등 상황과 싸우고 있다면, 노자는 도덕과 관련된 상반되는 요소들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조용히 명상한다. 붉은색 신호가 들어오자 온통 피로 물든 압축판이 후진해서 돌아왔고, 나는 압축통에 고기의 악취가 나는 축축한 포장지와 판지와 상자를 양손으로 던져 넣었다. 내게는 아직 프리드리히 니체가 리하르트 바그너와의 우주적인 우정을 이야기한 책의 페이지를 들척일 힘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욕조에 아기를 담그듯 압축통 속에 책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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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집에 돌아왔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불을 켠 뒤 밖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헛일이었고,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 다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한 개비 장작처럼, 성령의 숨결처럼 단순했던 내 어린 집시 여자. 내 난로에 불을 지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여자, 건물 잔해 속에서 찾아낸 무거운 널빤지들을 커다란 나무 십자가처럼 어깨에 메고서 끌고 오던 여자. 감자 스튜와 말고기 소시지면 족했고, 난로에 불을 지피고 가을 하늘에 커다란 연을 날리는 것 외에는 더이상 바라는 게 없었던 여자.

나중에, 훨씬 나중에야 나는 게슈타포가 그녀를 다른 집시들과 함께 체포해 강제로 끌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마이다네크 혹은 아우슈비츠의 어느 소각로에서 태워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아직 인간적이었다…… 전쟁이 끝나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기에 나는 마당에서 연을 태웠다. 더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어린 집시 여자가 반짝이 종이로 장식했던 긴 연꼬리와 연줄도 함께. 전쟁이 끝나고 한참 뒤인 1950년대에 내 지하실은 나치 문학에 파묻혀 있었다. 동일한 주제가 반복되는 수톤이나 되는 책과 팸플릿을 나는 열성을 다해 파기했다. 내 어린 집시 여자의 감미로운 소나타에 이끌려서, 착란과 황홀경에 빠져 경례를 붙이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사진이 수백 쪽에 이르는 책장을 뒤덮고 있었다. 노인, 노동자, 농부, 친위대원, 군인,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열정적인 경례를 붙였다. 나는 해방된 그단스크로 입성하는 히틀러와 그의 수행원들이 내 압축통 속에서 사라지도록 온전히 내 일에 몰입했다. 해방된 바르샤바와 해방된 파리, 빈과 프라하로 입성하는 히틀러, 혼자 있는 시간의 히틀러, 추수감사절의 히틀러, 히틀러와 그의 경호견, 전선의 군인들을 방문중인 히틀러, 대서양 장벽을 순찰중인 히틀러, 동유럽과 서유럽의 점령 도시로 향하는 히틀러, 참모부에서 지도를 들여다보는 히틀러…… 나는 이 히틀러와 열광하는 남녀들과 아이들을 파쇄하고 짓이겼는데, 그럴수록 나의 집시 여자가 더 간절히 생각났다. 열광이라고는 모르던 여자, 내 난로에 불을 지펴 자신의 스튜를 끓이고 내 맥주 단지를 채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던 여자. 빵을 성체처럼 쪼개고, 그런 다음에는 난로와 불꽃과 열기, 타닥타닥 타오르는 감미로운 불길을 보며 명상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던 여자. 이 불의 노래는 그녀가 유년기부터 알아왔고 그녀의 종족을 신성한 유대감으로 묶어주던 것이었다. 그 빛은 사람들의 얼굴에 우수 어린 미소를 그려넣으며 모든 고통을 물리치는 것이었고, 그녀에게는 절대적인 행복의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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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오 년 동안 나는 내 압축기에 종이를 넣어 짓눌렀고, 삼십오 년 동안 이것이 폐지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이제 부브니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수압 압축기 한 대가 내 압축기 스무 대 분량의 일을 해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거대한 기계는 삼백 내지 사백 킬로그램들이 꾸러미들을 만들어 회전식 기중기를 이용해 화물열차 차량으로 운반했다. 실제로 부브니에 가서 윌슨 역만한 넓은 유리 홀을 보고 괴물 같은 압축기가 노호하는 소리를 듣자 전율이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 기계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한순간 그곳에 멈춰 선 채 흐릿한 눈길로 신발끈을 고쳐 맸다…… 폐지 더미 속에서 희귀한 서적의 책등과 표지를 발견하는 그 놀라운 순간이 내게는 언제나 축제나 다름없었는데 말이다. .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압축기였다. 홀레소비체 발전소 화상에 느릿느릿 석탄을 쏟아놓는 컨베이어처럼 폭이 넓고 기다란 벨트가 흰 종이와 책들을 천천히 실어날랐다. 작업중인 젊은 남녀 노동자들은 나를 비롯해 내가 아는 어떤 폐지 압축공의 복장과도 닮지 않은 특이한 옷차림이었다. 그들은 오렌지색이나 푸른색 장갑을 끼고 노란 미국식 캡을 쓰고 있었다. 가느다란 멜빵이 등에서 십자로 교차하는 작업복은 티셔츠와 터틀넥의 색상을 돋보이게 했다. 전구 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천장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왔으며, 천장에선 환풍기가 윙윙댔다…… 무엇보다 그들이 낀 장갑에 나는 모욕을 느꼈다. 종이의 감촉을 더 잘 느끼고 두 손 가득 음미하기 위해 나는 절대로 장갑을 끼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런 기쁨에, 폐지가 지닌 비길 데 없이 감각적인 매력에 아무도 마음을 두는 것 같지 않았다. 바츨라프 광장의 에스컬레이터를 탄 사람들처럼, 책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올라가 스미호프 양조장의 가마솥만큼이나 거대한 가마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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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 양반과 카뮈 양반이, 특히 후자가 멋들어지게 글로 옮겨놓은 시시포스 콤플렉스는 지난 삼십오 년 동안 내 일상의 몫이었다. 그러나 부브니의 사회주의 노동단원들은 일이 밀리는 법이 없었다. 고대 그리스의 미소년들처럼 볕에 그을린 젊은 남녀들이 작업을 재개하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플라톤도, 괴테도, 불멸의 고대 그리스도 모르는 그들은 헬라스에서 여름을 보내는 일에도 그저 무덤덤하기만 했다. 불안에 곤두선  책들을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 안에 숨겨진 가치 따위는 전혀 아랑곳없이 냉정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누군가가 쓴 책들이었다. 누군가가 교정을 보고, 읽고, 삽화를 넣고, 잇달아 인쇄에 들어가 제본되어 나온 책들일 것이다. 누군가가 가독성이 없다는 결정을 내리고, 검열하고, 쓰레기장으로 보낸 책들이었다. 노란색과 오렌지색 장갑을 낀 노동자들이 책들의 내장을 꺼내 곤두선 책장들을 무정한 컨베이어 벨트 위로 던진다. 그것들은 거대한 피스톤 밑으로 조용히 흘러들어 보따리 크기로 압축된 뒤 제지 공장에서 생을 마친다. 거기서 글자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새 종이로 탄생해 머지않아 새로운 책들로 인쇄될 날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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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갈 수만 있다면 나는 우선 아리스토텔레스가  태어난 스타기라에서 경배를 올릴 것이다. 그런 다음 올림피아 경기장을 한 바퀴 돌 테지. 장식 술이 촘촘히 달린 긴 반바지를 입고 올림픽경기의 우승자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며 달릴 것이다. 그리스에 갈 수만 있다면…… 저 사회주의 노동단원들과 함께 그리스로 떠날 수 있다면 그들에게 건축과 철학 강의를 하고, 자살한 이들과 데모스테네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에 대한 강의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새 시대, 새 세상으로 진입했고, 그런 것들은 그들의 이해를 훨씬 넘어선다. 저 젊은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존재인 게 확실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내 지하 공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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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에 잠겨 카렐 광장으로 돌아오면서 편지를, 마지막이 되고 만 이 감사의 전언을 찢어발겼다. 내 지하실의 내 기계가 이 모든 사소한 일들과 작은 기쁨을 끝장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내 놀라운 기계가 나를 배신한 것이다.

나는 꼼짝 않고 선 채로 성당 박공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이그나티우스 로욜라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 전체가 후광에 싸여 있었다…… 나팔처럼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는 황금빛 원에 둘러싸여 빛을 발했다. 하지만 내가 본 건 이 후광이 아니라 커다란 금빛 욕조였다. 이제 막 칼로 자신의 손목 동맥을 자른 세네카가 거기 누워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사고가 정확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였고, 내가 좋아하는 책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를 쓴 것이 헛일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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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브니의 거대한 기계는 내 압축기 열 대에 맞먹는 일을 해치운다. 사르트르와 카뮈가 그에 대해 멋진 글을 쓰고 있다. 반짝이는 책들의 장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푸른 작업복과 흰 무도화 차림의 노인이 사다리 발판을 딛고 서 있다. 난데없이 먼지구름 속에 파닥이는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가로질러갔다. 나는 녹색 버튼의 작동을 중단하고 폐지가 가득한 압축통 속에 나를 위한 작은 은신처를 마련한다. 아무렴, 나는 여전히 쾌활한 사내다. 그런 내가 자랑스럽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욕조에 들어가는 세네카처럼 나는 한쪽 다리를 압축통에 넣고 잠시 기다린다. 다른 한쪽 다리도 마저 통 안으로 무겁게 떨어져내린다. 나는 똬리를 틀고 살핀 다음 무릎을 끓은 자세로 녹색 버튼을 누르고 완충물인 책과 폐지 속에서 몸을 웅크린다. 한 손에 들린 나의 노발리스를 꽉 쥔다. 내가 좋아하는 글귀에 손가락이 올라가고, 입술엔 지복의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만챠와 그녀의 천사를 닮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완전한 미지의 세계로 진입한다. 책을, 책장을, 쥐고 있다…… 사랑받는 대상은 모두 지상의 천국 한복판에 있다, 라고 쓰여 있다…… 멜란트리흐 인쇄소 지하실에서 백지를 꾸리느니 여기 내 지하실에서 종말을 맞기로 했다. 난 세네카요 소크라테스다. 내 승천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압축통 벽에 눌려 내 다리와 턱이 들러붙고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이어진다 해도 나를 내 지하실에서 몰아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자리를 바꾸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의 단면이 내 늑골을 뚫고 들어온다. 입에서 비명이 새어나온다. 궁극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가혹한 고문을 겪는 것일까? 압축기의 중압에 내 몸이 아이들의 주머니칼처럼 둘로 접힌다…… 그 순간 내 집시 여자가 보인다. 끝내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어린 여자. ‘민둥산’이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우리는 가을 하늘에 연을 날린다. 그녀가 연줄을 쥐고 있다…… 저 위를 올려다보니 연이 비통한 내 얼굴을 하고 있다. 집시 여자가 밑에서 보내는 메시지 하나가 연줄을 타고 올라간다. 메시지가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며 전진해 마침내 나와 닿을 거리에 이른다. 나는 손을 내민다…… 어린아이가 쓴 듯한 큼직한 글씨가 쓰여 있다. 일론카. 그렇다, 이젠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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