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5.2
인도네시아 여행기② 문화유적
이춘아
공부의 핵심은 무엇인가, 답을 찾았다. ‘상징’을 배우는 것이라고. 인도네시아에 가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인도, 동남아시아 특별전’ 포스터를 보고는 박물관에 들렸다갔으면 했으나 차일피일하다가 결국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며칠 후 짬을 내어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우리가 공부해야하는 많은, 대부분의 것들은 결국 ‘상징’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문화유적들, 7~8세기에 지어진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과 프롬바난 힌두교 사원을 다녀오면서 그리고 유적지 외에 삶 곳곳에 담겨져 있는 바틱작품 등에서 기본이 되는 이미지들,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한국에 와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인도 유물과 설명을 보면서 인도네시아에서 보았던 문화유적들이 결국은 인도의 간다라 양식이 거의 유사하게 옮겨진 것이라 생각되었다. 인류문명의 발상지 인도의 각종 문화가 육지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이동하여 그것이 인도네시아에서는 보로부두르 사원과 프롬바난 사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경주의 석굴암으로 왔다. 그 속에 담겨진 형상과 이미지는 인도의 간다라 양식이 갖는 상징적 개념에서 발원되었음을 느꼈다. 그 상징이 담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여러 가지로 변형되어 나라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상징으로 처리되는 핵심적 개념은 거의 동일하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간혹 묻게 되는데 이제 좀더 분명히 내 입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오랜 시간 축적된 것을 정리하고자 할 때는 그것을 개념화하여 문자로 만들거나 형상화하여 그림형태로 만들어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처리된다. 상징의 가장 대표적인 문자이다. 상징의 단어들을 처음에는 하나씩 배우다가 나아가면서 복합적으로 연결된 것들을 배운다. 배움에는 반복적으로 외워야하는 것이 많다. 이것을 왜 외워야하는지 몰랐다. 우격다짐하지 않았다면 좀 달라졌을까만 나는 거부하는 것으로 반항했다.
[블랙]이라는 영화를 보면 헬렌 켈러 같은 아이에게 선생은 단어를 익히게 한다. water 라는 단어 등 몇 개의 단어를 익히게 한다.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은 공포의 ‘블랙’ 상태에서 아이는 저항한다. 선생이 반복해주는 워터라는 발음을 아이는 손바닥을 통해 발음이 나오는 입모양와 입김, 그리고 실제 물의 느낌을 반복을 통해 느끼게 된다. 물 이외에 몇 개의 단어도 반복한다. 심한 저항 속에 어느 날 아이는 분수대에 빠지면서 물의 개념을 바로 그 순간 깨치게 되고 기뻐한다. 그 순간 다른 개념들도 동시에 이해하게 된다. 왜 선생이 그토록 반복해서 입게 대고 발음하고 느끼게 했던지. 그 때 아이는 왜 공부해야하는지 깨닫고 일취월장하게 되어 지난한 세월을 견딘 후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지난번 여행기 ‘자카르타를 떠나며’에서 ‘문화적 감수성’을 제대로 내 속에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내가 배웠던 모든 학습된 것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갈 때만이 진정한 문화적 감수성이 생길 수 있겠다, 라고 썼다. 그 글에 대해 한 분이 답장을 주었다. 학습(學習)이란 단어는 어린 새가 스스로 반복하여 날기를 배우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제대로 학습했다면 진정한 문화적 감수성이 생겼을 것이라 하였다.
외국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면 우리나라 산천과 문화유적 등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된다. 그것은 여행가기전 내가 알고 있었던 것과 여행 후 내가 바뀐 시선이 무엇인지 확인해보고자 함이다. 상징을 알고 나면 아는 만큼 보인다. 전 세계의 문화유산은 상징 덩어리이다. 상징의 이해는 반복해서 개념을 외움으로써 터득될 때도 있고, 다양한 상징들을 비교분석하여 봄으로써 상징의 핵심을 파악할 때도 있다. 이미지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지는 상징의 함축이기에 상징이 만들어진 과정과 문자로 정리되어진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겉핥기가 된다. 그래서 공부하라고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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