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인도네시아 여행기 3, 2010

이춘아 2019. 8. 5. 17:23


2010.5.7

인도네시아 여행기③ 먹거리

이춘아 한밭문화마당 대표

 

여름이면 수박을 많이 먹게 된다. 시원한 수박을 쩍쩍 잘라 한 입 베어 먹을 때 기분이 좋다. 특유의 사각거리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 아이가 어릴 때 어느 날 부엌 싱크대에 서서 뭘 먹고 있길래 뭐하나 보았더니 수박을 먹고 있었다. 수박물이 떨어지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박씨를 휙휙 뱉어내고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시골 마당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으면서 씨를 마당으로 휙휙 뱉어낼 때가 생각났다. 아이가 부엌 싱크대에서 그러고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의 본능 같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 수박 먹을 때는 신문지를 깔아놓고 수박씨 멀리 날리기 시합을 해볼까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씨 뱉기도 싫고 그냥 시원하게 수박을 쥬스로 들이키고 싶을 때 왜 수박은 쥬스로 만들어 먹지 않을까 가끔 생각했다. 그랬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수박 쥬스를 먹어보았다. 그래 뭐든 해볼 수 있는데 왜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반가운 마음에 한 컵 따라 먹어보았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먹을 수는 있지만 역시 수박은 사각거리는 질감이 한 몫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숙소 아침식단 음료로  물, 오렌지쥬스, 수박쥬스가 기본으로 있었다.

 

 

족자카르타에서 머문 숙소는 주택단지 내에 있어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새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자전거는 간단한 아침거리를 파는 신호. 내 어릴 때 살던 동네에서 이른 아침 ‘재첩국 사이소’ 하며 팔러다니는 아줌마의 신호체계와 비슷한거다. 이른 아침 산책길에 리어카에 이동용 부식가게에서 찬거리를 팔고 있었다. 생선, 닭고기 등을 봉지에 주렁주렁 달아 걸고 야채거리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웃으며 포즈를 잡아준다. 이곳 사람들의 웃음에는 선량함이 있다. 인구 80만의 족자카르타에서 인구 1천3백만의 자카르타로 옮겨가니 그러한 선량한 웃음을 보기 힘들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이동형 부식가게 - 주로 주택가를 다니며 팔고 있는데,

                               애채외에 생선, 닭고기 등을 비닐에 매달아 판다. 

 

족자카르타 숙소 가까운 곳에 새벽 재래시장이 열리고 있음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구경 갔다. 대전 역 바로 옆 새벽시장의 느낌과 비슷했다. 신선한 기운, 요리되기 직전의 생명력과 싱싱함, 그리고 찬란한 빛깔, 흥정이 오가는 긴장관계 그러한 분위기들이 나를 들뜨게 한다. 떡 같은 것을 석쇠에 구워 팔기에 자세히 보니 코코넛 떡이다. 천루피아(우리 돈 100원 가량)를 들이대니 2조각을 준다. 그것을 먹으며 구경하다보니 아쉬워 나중 요깃거리로 4조각을 더 샀다. 노란 바나나만 보았는데 시커먼 상태이지만 금방 따온 것 같은 바나나도 맛보기 위해 샀다. 떫었는데 다음날 숙성된 후 떫은 맛은 사라지고 달콤한 맛만 남아 맛있었다. 지금도 코코넛 떡과 바나나가 먹고 싶다.

 

 

                           코코넛떡구이 2개 1천루피아(백원 가량) 맛있다. 코코넛 속 과육을

                               갈아 네모지게 석쇠에 구었다.

 

 

 

                      바나나 종류, 전날 따서 아침 일찍 자전거로 실어온듯. 야생의 느낌이 난다.

 

 

                        생선은 잎상자에 두 마리씩 넣어 파는데, 생선의 신선도를 좀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생선판매는 무슨 잎인지 모르겠으나 잎 상자에 두 마리씩 넣어 팔고 있었다. 육류는 생선과 닭고기가 대세. 돼지고기나 쇠고기 요리를 먹으려면 중국음식점에나 가야 먹을 수 있다. 한 끼 식사로 가장 싸게 먹었던 것은 접시 하나에 밥, 튀긴 닭고기 한조각, 양배추 몇조각, 두부요리 조금, 양배추 찍어먹을 수 있는 쌈장, 그리고 홍차 한잔해서 우리 돈으로 1천2백원 정도. 길가에 지붕은 있지만 노천 형태의 식당이었는데 인터넷 이용도 가능해 들어갔는데, 모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지만 5일 있는 동안 2번 이용했다.

 

 

                        고추는 작은데 청양고추보다 훨씬 맵다. 피클형태로 또는 그냥 생고추가

                              반찬으로 나오는데 볶음밥 등 느끼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눈물이 날만큼

                              맵지만 개운맛에 먹는다.

 

한번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님이 뜨끈한 국물이 있는 식사를 하러가자고 하셔서 갔더니 허름해 보이는 길가 식당이었는데 신선로 같은 곳에 넣은 탕 종류. 정말 뜨끈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화학조미료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하였다. 인도네시아 가기 전 읽어본 책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진 백색의 화학조미료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엄청 수출되는데, 음식할 때 과다하게 넣는다 하였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내내 머리가 좀 아팠는데 그 때문이 아닌지 의심쩍어 했다.

 

또 한번은 인도네시아 현지분의 안내로 들어간 식당은 오리고기 전문. 베벡이란 곳이었는데 체인점인듯 했다. 구운 오리고기와 밥, 그리고 쌈야채와 쌈장.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 식으로 손으로 밥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계속 그렇게 먹어볼까 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내 편하게 먹었다. 마실 것으로는 그 분이 권유해주는 것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아보카드 쥬스였다. 아보카드 쥬스는 그곳에서 약간 비싼 편.

 

 

                          볶음밥과 짜파게티 같은 맛의 국수, 계란후라이, 매운고추 피클

 

자카르타 숙소 아침은 간단 뷔페 형식. 밥은 그냥 횐밥과 볶은 밥으로 나뉘며 볶은 밥은 계란 등 넣고 노르스름하게 볶은 밥과 짜장 같은 맛이 나게 검은 색나는 볶은 밥 두 종류가 번갈아 가며 나왔고, 라면 같은 것을 짜장 맛나게 볶은 것도 있었는데 누구는 그것을 짜파게티 맛이 난다했는데 맛이 비슷한 것 같긴 했지만 훨씬 맛있었다. 계란 후라이는 거의 매일 나왔는데 계란이 우리나라보다는 엄청 큰지 후라이가 컸다.

 

 

                           양념하여 오븐에 구은 생선요리와 밥.

 

낮에 구경다니다 괜찮겠다 싶은 식당이 있어 들어갔더니 소위 인도네시아식 뷔페라 골라먹을 수 있었다. 생선요리가 먹음직스러워 골랐다. 생선요리는 튀긴 것, 구운 것, 찐 것 세 종류, 그 외 나물류가 있었는데 나물류의 종류가 다양했다. 하나를 골라 달라했더니 굉장히 쓰다하면서 그래도 괜찮겠냐 확인시키며 코코넛 잎 나물이라했다. 과연 쓴 맛이 우리나라 머위 맛과 비슷했다. 국종류가 있길래 시켰더니 꼬리곰탕이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이것저것 골라 쌈까지 싸먹고 나오니 이제까지 먹었던 것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듯 했다. 구운 생선 한 마리에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가량, 꼬리곰탕 한그릇 4천원 가량 그 외의 것은 싼 편. 그래도 메뉴 보지 않고 현물을 골라먹으니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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