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23(금)
인도네시아 여행기① 자카르타를 떠나며
이춘아
아는 만큼 보인다, 고 했으니 이번만큼은 예습을 하고 가리라 작정을 하고 인도네시아로 출발하기 전날까지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을 즐기게 될 인도네시아를 찾아’라는 글을 썼었다. 여러 책자를 참조한 정보성의 글이었다. 11박12일 일정의 인도네시아 여행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사전학습의 효과가 있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저 그랬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정리해간 정보는 문자 또는 사진을 통해 내 상상속에 만들어진 일종의 편견을 형성했었는데, 현장에서 그 편견을 애써 지우는데 시간이 더 들어갔다.
문자로 정리해간 정보는 박물관 등 가이드들의 영어해설을 조금 빨리 이해하는데 도움 되었을 뿐이다. 가이드 역시 문자적 정보에 따른 시대적 흐름을 설명해야하므로 해박한 정보로 설명을 하는데, 대충이나마 정리해본 것이 영어해설을 듣는데는 다소 도움되었지만 사전 정보로 형성된 이미지가 현장에 발딛는 순간 핀트가 어긋났음을 느꼈다.
이슬람 회교권 방문은 처음이어서 무슨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사람들, 또는 무슬림 복장의 엄중함 등이 평소 나의 강한 인상이었으나, 막상 도착하고 보니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사는 모습에 이게 뭐야, 뭐 특별한 문화적 충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저녁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24시간 운영하는 KFC에서 종이컵에 담긴 닭튀김을 얹은 스파게티를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족자카르타 도착 다음날 아침 새벽을 울리는 마이크 소리에 잠을 깼다. 약 20여분 가량을 그 소리와 관련된 꿈을 이미 꾼 다음이었다. 낭랑한 소년의 목소리였다. 새벽4시부터 거의 40여분 이상을 동네마이크로 기도를 하는데 숙소 바로 앞이 마이크 방송하는 곳이었는데, 다행히 그곳서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돌아가면서 마이크 기도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이었다. 하루 5번씩 기도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새벽은 조용하기에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운율이 있어 그런대로 들을 만 했지만 숙소 가까이에서 계속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첫날의 인상은 ‘아! 기도하는 나라’였다. 기도를 이렇게 하는 나라였다. 85~90%가 무슬림인 나라 인도네시아는 새벽기도로 시작하였다. 마이크 소리는 튀는 소리였지만 집집에서 웅얼거리며 기도하는 소리, 닭 울음 소리, 새소리가 어울리며 마음에 스며들었다. 3일째 되는 날 새벽 기도 소리를 듣지 못하고 날이 밝아서야 눈을 떴다. 3일째 되는 날부터 화장실 이용도 원활하게 되었다. 몸이 적응하는 기간 3일. 족자카르타에서 5일 머문 다음 인구 1천3백만의 자카르타로 이동했다. 자카르타에서의 첫새벽 환청처럼 들리는 기도소리에 잠을 깨어 밖으로 나갔다. 역시 기도소리였다. 대도시의 새벽은 아스라한 기도소리였고 마이크소리도 있긴 했지만 소리는 작았다. 환청처럼 들리는 기도소리였다.
기도소리로 무슬림권역임은 확실히 알 수 있었으나, 또 다르게 핀트가 어긋난 것은 곳곳마다 모스크가 보일 줄 알았으나, 하루종일 다녀도 이렇다할 모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일반 주택이나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가 예배처소이기도 했던 것이다. 생활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생활 그 자체였던 모양이었다. 오히려 시골로 가면 둥근 돔형의 모스크가 눈에 띄곤 했다.
10년전 ‘문화적 감수성’을 제대로 내 속에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내가 배웠던 모든 학습된 것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갈 때만이 진정한 문화적 감수성이 생길 수 있겠다고 정리한 적이 있다. 알량한 지식들(물론 그것조차 없으면 안되겠지만)에 의한 편견, 우리도 변한만큼 그들도 변해있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면 빨리 전환이 안되는 편견덩어리. 한정된 시간은 흘러가는데, 보고 듣는 것들이 문화적 감수성으로 소화되지 않고 편견일 수 있는 선입견과 다르면 ‘이게 아닌데’를 연발하고 있는 나를 멍청하게 쳐다보면서 시간이 흘러가 소화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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