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2019 겨울 초입

이춘아 2019. 11. 10. 16:12

 

 

 

 

 

 

 

 

 

 

배추를 묶어줄 때만 해도 길가의 은행 잎은 언제 노랗게 되나 했다. 이주일후 은행 잎은 노랗게 떨어져있었다. 남편은 은행잎이 무게감을 갖고 뚝뚝 떨어진다고 했다. 그날이 입동 다음날, 대야의 물은 살얼음이 끼어 있었고, 배추잎은 하얗게 서리가 앉아 만지면 부러질 것 같았다.

 

은행잎도 얼었다가 떨어지는 것이어서 무게감을 지니는 것이엇는지 정말 뚝뚝 떨어졌다. 은행잎 위로 자동차가 지나갔는데 부서지는 것이 아닌 물기가 베어나와 짖찌은듯 하였다. 마른 잎 아닌 짖찌어진다면 아닌듯 하여 은행잎을 쓸어 길옆으로 모았다. 나중에 밭에 뿌릴 것이다. [인생후루츠]에서 보았던 대로 이번 겨울은 가랑잎을 가득 주어 밭을 덮어버리려한다. 바람에 날리더라도 계속 덮어대고 한편으로는 퇴비둠을 만들어 채곡채곡 쌓아올릴 것이다.

 

보석사 천년 은행나무도 일주일만에 노란잎을 다 떨구어내고 은행알만 붙어있다. 다행히 영천암 가는 길은 단풍으로 아름다운 색을 발하고 있다.

그 길을 올라가다가 전은복선생님부부를 만났다. 안녕히 가시라는 말 대신 저희 집에 가셔서 차 한잔하고 가시라고 하여 오셔서 담소를 나누었다.

방으로 모시기 위해 난방을 켰으나 오히려 바깥 베란다 의자쪽이 햇볕도 있고 따뜻하고 풍경도 좋다.

 

이날은 이상한 날이다. 이른 아침 용담댐 주변을 돌아보기 갔다가 그곳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철제조각가인 이웅휘님의 작품을 보았다. 양평에서 진안으로 귀농, 작업실 이동을 하신 분 그 집을 찾아가보기로 했는데, 네비는 어느 팬션에 내려주었고 그 팬션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웅휘작가의 작업장이 있는 와룡리 청산에 살으리랏다에 다시 찾아갔다. 제주도 대문처럼 3개의 대나무가 걸쳐있어 멀리 간줄 알았으나 철공소 소리가 나길래 보니 저 안쪽에서 작업하는분인듯.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물어보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와룡리에 갔었고, 점심을

남이면 사무소 부근 두부집에 갔었는데 식당에서 이화순 선생님을 근 30년만에 뵈었다. 이인자선생님과 같은 용띠라고 들었던 기억이 강했다.

그런데 돌아오는길에 보석사에 들렸다 전은복선생님을 만났다. 전 선생님 역시 용띠. 인연이란 이상한 것이다. 이 두분 모두 서울서 살다가 금산으로 대전으로 내려오신 분들이다. 이런 저런 모습으로 서울 사람들도 많이 지방으로 내려와 산다.

 

1952년 용띠를 두사람이나 오랫만에 만났다. 와룡리, 용띠 언니들. 

 

11월10일 일요일 한근수 원장님 첫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9시에 유성온천역2번 출구에서 결혼식장가는 버스를 탔다. 2시간1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신부의 부모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좀 추운듯 하지만 야외결혼식 분위기가 좋다. 신부는 일찍 오신 손님들을 맞이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먼발치에서 보여주는 신부가 아닌 적극적인 손님맞이 자세. 인사하고도 시간이 남아 식이 시작하기 전에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예식 시작 신랑신부 동시 입장에다 양가 아버지가 인사말 겸해 한말씀씩 하는 것으로 주례없이 끝났고, 신랑신부 측 각각의 노래도 있었다. 이것도 성평등적인 것일까. 아마 세상은 이렇게 바뀌어가나보다.

 

신부의 아버지는 인사말로 이렇게 비유했다. 시원섭섭한 것이 시원한것은 태평양이고, 섭섭한 것은 논산 탑정호 라고. 태평양은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탑정호는 작지만 거의 매일 보는 것인데 그처럼 늘 섭섭한 마음일 것이라는 것. 식전 내내 밝게 웃고 있던 신부가 눈물을 흘리는듯 옆에 있던 분이 손수건으로 닦아준다. 아버지의 마음 딸의 마음. 30년넘게 애지중지하던 딸을 이제 보내야하는 아버지의 마음. 딸은 급속하게 그 마음을 헤아린다.

 

식이 끝나고 버스 출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30분 가량. 주변을 돌아보려고 나갔다. 마침 남산둘레길을 만나 산책하다. 서울의 가을을 보게 될 줄이야. 남산도 큰 산이어서 둘레길이 만만치 않을듯. 왼쪽으로 갔던 곳은 도로가 잘 되어 있었다면 오른쪽 길은 야자매트로 깔아놓았지만 자연스런 산길이다. 야생의 산길이다. 의외의 장소에 만나는 가을 낙엽길. 서울서 이런 길을 만나다니.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의 친구들 단톡에 사진과 소식을 날린다.

 

2019년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즐겨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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