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9
음식이나 나뭇잎을 쌓아 퇴비밭으로 했던 자리가 정말 퇴비흙으로 만들어졌다. 호미를 갖다대자마자 돼지감자가 마구 마구 나왔다. 조금 전에 [더 디그]라는 영화를 보다가 나와 일을 벌였던터라, 고고학자들이 발굴할 때 처럼 조심스럽게 돼지감자가 찍히지 않도록 살살 파내려갔다. 영화에서는 황금 유물이, 나의 밭에서는 돼지감자가 발굴되었다. 퇴비층이기도 했지만 면적에 비해 발굴의 양이 꽤 많은 편이었다. 횡재한 기분.
밭을 갈 때면 늘 떠올리는 장면, 어릴 때 본 동화책이었던 것 같은데 게으른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남긴 유언은 밭 아래에 보물을 묻어두었으니 파서 가져라, 였다. 밭 일도 안하던 아들들이 달려들어 밭을 여기저기 파 보았지만 보물은 나오지 않았고, 나중에 그 밭이 비옥하게 되어 그것이 아버지가 남긴 보물이었음을 아들들은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봄이 되어 밭을 호미로 경운할 때면 늘 그 내용이 떠올라 이 흙이 보물이 될 거라는 희망으로 일하게 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음식찌꺼기 등을 부어 퇴비밭으로 했던 자리에 돼지감자 쪼가리들도 들어갔던 것 같다. 그것들이 자라 돼지감자를 키웠던 것이다. 하여튼 오늘은 [더 디그] 영화 처럼 밭을 디그 했더니 돼지감자라는 보물을 발굴하는 횡재가 있었다.
'마음숲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먹는 쌀을 키운 논, 정관평 (0) | 2021.03.22 |
---|---|
비 온 후 (0) | 2021.03.13 |
햇볕이 좋아, 그늘이 좋아 (0) | 2021.03.08 |
2021년 장 담기 (0) | 2021.03.07 |
덧입히다 (0) | 2021.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