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영산성지를 방문했다가 유기농쌀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알게 된 이후 현미를 주문해왔다. 2021년도에는 일년간 매월 도정한 쌀을 받을 수 있는 예약제가 만들어지면서 일년 예약고객으로 등록해서 매달 쌀을 받아 먹고 있다.
일년고객예약제를 등록하기 위해 우리집이 한달에 쌀을 얼마나 먹는지 당황스러웠다. 쌀이 떨어지면 여기저기서 사먹었을 뿐 우리 식구가 얼마나 먹는지 알수 없었다. 해서 매달 10키로씩 주문하기로 등록했다. 한달에 5키로 이상은 먹을 것 같고, 쌀이 남으면 떡을 해먹지 하는 마음으로 10키로를 결정했다. 세 식구가 밥을 많이 먹는 편이지만 한달에 10키로 분량은 많은 편. 결국 방앗간에 가서 떡을 해와서 먹기도 한다.
귀농교육을 받을 때였다. 강사님이 “게으른 사람은 논 농사하고, 부지런한 사람은 밭 농사한다”고 하셨다. 나는 딱 논 농사,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십여년이 흘렀지만 논 농사에 대한 미련을 뒤로 한 채 부지런한 밭농사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모내기를 한 지 한달가량 지난 논이 멀리서 보면 저 푸른 초원위의 잔디 같아 보였다. 그곳에 덜렁 누워보고 싶은 마음으로 다가 가면 초원아래 물이 가득했다. 어린 마음에 실망하곤 했지만, 저 푸른 초원의 색깔은 너무나 좋았다. 논의 색이 변화하는 것을 좋아 했으며, 가을이 되어 추수하기 전 무거워진 이삭을 보면서 ‘아는 것이 많아지면 고개를 숙이는 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했다.
나에게 밭은 먹을 것을 주는 실용적인 것이라면, 논은 환상의 이미지로 있다. 그래서 쌀과 밥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매달 쌀을 보낸다는 문자에는 갓 도정한 쌀을 보내니 먹던 쌀이 남았더라도 새 쌀 부터 먹으라고 한다. 남는 것부터 먹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갓 도정한 쌀에서 나오는 뽀얀 쌀뜨물로 된장국도 하고, 영양제라며 밭에 뿌리기도 하고 이엠효소도 만든다.
매일 먹는 밥을 제공해주고 있는 정관평을 다시 본다. 우렁농법의 유기농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바다와 가까와 해풍에 견디기 위해 키가 크지 않는 종자로 하고, 모와 모의 간격을 넓게 두어 뿌리가 튼튼하게, 우렁농법으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때 농약을 많이 뿌리는 시기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도 논 가까이 가면 농약냄새가 나곤했다. 요즘은 이전만큼 농약사용이 줄었지만, 농약 냄새 나지 않는 저 푸른 초원이 그리웠다. 그런 점에서 정관평 논둑 길은 사시사철 걷고 싶은 산책길이다.
환경친화적인 먹거리 등을 만들기가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실제 농사를 지어보면 그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일정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들, 그것이 가장 어려울 것 같다.
건강한 먹거리의 길은 멀고 멀다. 내가 한다고하는 밭 수확물이 세 식구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분량도 되지 않는다. 그 정도하는데도 허겁지겁이다. 토마토가 한창 나올 때도 길에서 파는 토마토 한바구니를 사고 만다. 이천원, 오천원 그 분량이 내 밭에서 나오기 어려운 것. 결론은 멋부리기 텃밭에 지나지 않으면서, 자랑은 에지간히 한다.
감사히 밥을 먹을 일이다.여러가지 먹거리들을 고맙게 먹을 일이다. 먹는 것 자체를 소중하게 여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