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성급함

이춘아 2021. 5. 10. 11:34





2021.5.10 월

눈뜨니 어둑하다. 날씨를 본다. 비가 올거라한다. 커튼을 걷는다.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보고 싶었다. 번쩍하는 빛을 보았다기보다는 느꼈다. 조금있다 먼 천둥소리. 곧 비가 올 모양이다. 아침식사는 불린 약콩과 두유를 넣어 갈았다. 어제보다는 약콩을 많이 넣고 했다. 참치샐러리피망을 넣어 마요네즈로 버무린다. 참 희안하다. 향이 진한 샐러리가 참치와 섞이면 샐러리의 향과 참치비린내가 사라지고 식감만 남는다는게. 빵을 입에 넣는 순간 멈춤. 내려놓고 잠시 커피로 호흡을 고른다음 천천히 먹는다. 식빵 한조각을 사등분하여 먹는다. 식탐으로 먹지 말것. 매번 음식 앞에서 맛보려는 욕구가 앞선다. 멈춘 숨을 고른 후 먹는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산책명상을 나간다고 하고는 걷는 마음이 앞선다. 그럴 때 한발한발 발뒤꿈치부터 엄지발가락까지 땅에 닫도록 걸으면 차분해진다. 성급함은 늘 앞선다. 

비오기 전에 옥수수와 동부콩을 모종틀에 심어 밭에 옮겨놓았다. 늦은듯 한데 씨가 모종으로 변신하면 흐뭇할 것이다. 모종을 사서 심다가 씨를 뿌려 모종을 직접 만들어 심는 재미가 있을듯 하다. 옥수수 아래 동부콩을 심으면 콩이 옥수수 대를 따라 올라가 잘 자랄거라고 영미씨가 말했었다. 미숙씨가 준 까만콩은 진즉에 심었는데 지난주에 싹이 올라왔다. 싹튼 콩을 고르게 배치해주고 작두콩 모종 두개를 사서 까만콩 사이에 심었다. 그물망을 해주고 잘 올라가길. 순천이는 동백씨를 화분에 심어 모종으로 잘키워 지난 4월에 화분 두개를 가지고 왔다. 할미꽃씨를 채취해서 심으라고 순천이가 말했는데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마침 할미꽃 씨가 남아있는 집에서 한웅큼 따다가 여기저기 묻어주었다. 내년 봄을 기다린다. 

작년 겨울 밭에 묻어둔 대파에 꽃이 생겼다. 꽃이 생기면 파가 질겨진다. 온 에너지를 꽃으로 올려보내기 때문이리라. 대파도 씨를 받아서 해보아야겠다. 쪽파는 제때 캐서 먹질 못해 모종쪽파가 될것 같다. 한됫박에 2~3천원 했는데, 올해는 사지 않아도 되겠다. 봄에 뿌린 아욱도 쑤욱 올라왔다. 상추씨는 몇개가 발아했다. 성공율이 낮다. 

매해 봄이 되면 모종을 이것저것 사게 된다. 밭을 꾸미고 싶은 성급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모종값 아까운줄 모른다. 때로는 모종값도 안나올 정도로 잘크지 않는 것도 있다. 감자가 그랬다. 씨감자라고 한상자 사서 심었는데 이곳에는 감자가 잘 되질 않았다. 고구마도 그랬다. 감자와 고구마는 이제 심지 않는다. 

작년 가을에 대파 씨를 뿌렸는데 잘 자라지 않더니 겨울 잠자고 봄이 되니 다시 올라온다. 다 사라진줄 알았는데 봄이 되고 때가 되면 올라와주는 것이 고맙다. 작약도 그 중 하나이다. 도라지도 그렇다. 매년 그 자리에 한촉이 올라온다. 번지지도 않는다. 

다짐했건만 잘 되지 않는 것이 작물 간격이다. 모종일 때는 작으니까 소물게 심는다. 커나가는 걸 보면서 '아 좀 더 간격을 띄울 것을...' 매년 반복이다. 올해도 고추모종을 간격을 띄운다고 했으나 금방 좁게 심었음을 알게 됐다. 그래도 이랑과 이랑 사이를 넓게 하고 고랑에 소나무낙엽을 깔아두었다. 모종을 심은 이랑 위에 잡풀들을 덮어 멀칭을 해주고 있다. 한여름 만물이 성성할 때 어느 순간 풀은 나의 의지를 넘어설 것이다. 

올 한해는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기대된다. 

비가 쏟아진다. 냥이들은 새끼들과 함께 있는지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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