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3 일
설겆이를 서둘러 마치고 믹스커피 한 잔을 타고 얼른 전등을 끈다. 창밖의 어두움에 익어가면서 하나씩 모습이 나타났다. 매년 6월경에 등장하곤 했던 반딧불이가 올해는 좀 더 빠르게 나타났다. 올해 처음 반딧불이를 어제 보았다. 다른 해에 비해 많았다. 오늘 밤을 기다렸다. 반딧불이 출현은 보통은 밤9시 전후였는데 올해 그 시간대도 빨라졌다. 8시 이후 부터 나왔다. 얼른 설겆이를 마치고 불을 끄고 방 안 유리창에 서서 밖을 응시한다. 불을 끄고 밖을 응시하고 있으니 미리 켜두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울리고 반딧불이가 춤추며 날아다닌다. 반딧불이 루미나레이다. 내 마음도 뿌듯하다. 십 여년 넘게 화학비료 사용하지 않고 버티어온 데 대한 상을 받는 것 같은 기쁨이다. 혼자서 축제를 즐긴다.
호미로 밭을 파면 바로 지렁이가 나온다. 십 여년전 미숙씨 농장에서 얻어온 지렁이가 이제 밭 전체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유기물을 쏟아내고 있다. 청정지역의 바로미터 징표의 하나가 반딧불이라고 했었다. 풀숲에도 우리 마당에도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하며 날아다닌다. 그저께 토마토와 오이가 잘 올라갈 수 있도록 지지대도 만들고 그물망도 쳤었다. 그물망도 어두움 속에서도 초록빛으로 서 있다. 그 사이로도 반딧불이가 지나간다. 고맙다.
'마음숲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한 먹거리 (0) | 2021.05.23 |
---|---|
모든 것은 표정이다 (0) | 2021.05.23 |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0) | 2021.05.14 |
성급함 (0) | 2021.05.10 |
아카시아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0) | 20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