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반딧불이 루미나레

이춘아 2021. 5. 23. 22:43



2021.5.23 일

설겆이를 서둘러 마치고 믹스커피 한 잔을 타고 얼른 전등을 끈다. 창밖의 어두움에 익어가면서 하나씩 모습이 나타났다. 매년 6월경에 등장하곤 했던 반딧불이가 올해는 좀 더 빠르게 나타났다. 올해 처음 반딧불이를 어제 보았다. 다른 해에 비해 많았다. 오늘 밤을 기다렸다. 반딧불이 출현은 보통은 밤9시 전후였는데 올해 그 시간대도 빨라졌다. 8시 이후  부터 나왔다. 얼른 설겆이를 마치고 불을 끄고 방 안 유리창에 서서 밖을 응시한다. 불을 끄고 밖을 응시하고 있으니 미리 켜두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울리고 반딧불이가 춤추며 날아다닌다. 반딧불이 루미나레이다. 내 마음도 뿌듯하다. 십 여년 넘게 화학비료 사용하지 않고 버티어온 데 대한 상을 받는 것 같은 기쁨이다. 혼자서 축제를 즐긴다. 

호미로 밭을 파면 바로 지렁이가 나온다. 십 여년전 미숙씨 농장에서 얻어온 지렁이가 이제 밭 전체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유기물을 쏟아내고 있다. 청정지역의 바로미터 징표의 하나가 반딧불이라고 했었다. 풀숲에도 우리 마당에도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하며 날아다닌다. 그저께 토마토와 오이가 잘 올라갈 수 있도록 지지대도 만들고 그물망도 쳤었다. 그물망도 어두움 속에서도 초록빛으로 서 있다. 그 사이로도 반딧불이가 지나간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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