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이춘아 2021. 5. 14. 07:47

2021.5.13 목

불고기에 데친 콩나물을 넣어 볶았다. 좀 전에 잘라온 미나리도 넣었다. 맛이 그럴듯 했다. 밥과 콩나물불고기만 먹기엔 약간 부족한 듯했다. 밭에서 청경채, 상추, 쑥갓 등을 넣고 무쳤다. 마늘은 넣지 않았다. 간단하게 먹는 방법. 물론 불고기는 이미 재워두었던 것이라 간단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밥 대신 빵으로 대체해도 괜찮을것 같다. 간단하면서 탁하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마종기의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살았다]에서 두 편을 발췌했었다. 언젠가 소개하려했던 조병선의 [클래식 법정]이 눈에 띄어 읽어본다. 이 책 소개가 재미있겠다 싶어 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 두 편을 입력했다. 마종기의 시작 에세이는 생애사팀에게 소개하고 주말에는 클래식 법정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임현정의 연주로 피아노협주곡 1번 부터 듣는다. 이전에도 들어봤을 것 같은데, 이어 피아노협주곡 2번도 듣는다. 이 2번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우울함과 애조의 곡이지만 아주 편하게 듣는다. 4,5십년전이라할 그 때 피아노협주곡 2번을 들었을 때 벅차했던 느낌을 떠올린다. 익숙해서 좋다는 느낌은 있지만 벅차했던 느낌은 기억에서 소환해야만 하는걸까

마종기의 시, ‘전화’ 도 그러했다. 언제인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처음 ‘전화’를 읽을 때  숨이 멎는듯 했다. 한동안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그 때의 숨 멈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전화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 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를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도예가 이종수 선생님이 병환중에 있을 때 신인순선생님이 음식을 해다드리면 이제 음식맛을 모르겠다면서 드시지 않아서 신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드셔보세요.”

'이런 맛이야' 하면서 먹었던 음식을 기억에서 찾아야하는 것처럼, 가슴 벅차했던 느낌도 점점 사라지게 되면 그때의 느낌을 기억속에서 건져와야 할 모양이다.

집밖을 나가면 좋은 향기가 어우러져 난다. 아직 아카시아 꽃이 매달려 있고, 해당화가 피어나고 있고 찔레꽃들이 만발하다. 흰나비가 장독대 곁을 날아간다. 꽃향기 보다 장 냄새가 더 끌어당겼을까.

계절의 느낌, 식물의 향내를 이전보다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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