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22 월. 모처럼 파란하늘에 흰구름
퍼펙트 데이즈, 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이 영화에는 여타의 영화에서 열거될 수 있는 기본이 없다. 첫째, 문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줄거리가 없다. 둘째 스릴이 없다. 셋째, 반전이 없다.
보통은 스토리가 이어지는, 예상될 수 있는 소재를 즐기고,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반전을 기대하며 영화를 본다. 이 영화에는 그런게 없어 나는 좋았다. 지루하게 반복되어지는 3일 이상의 일상을 보여주며 주인공의 일상이 어떻게 계속되고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사건이라할 만한 요소들이 그의 삶에 개입된다. 같이 일하고 있는 젊은 동료와 그의 여자친구. 그의 삶에 비추어 보건대, 이런 동료와 친구가 어처구니가 없어보이지만 그들의 삶속에서도 소중한 무엇이 있음을 보여준다. 갑자기 나타난 거부할 수 없는 조카딸이 그의 일상 깊숙이 들어온다. 그의 말이 많아진다.
반전이라면 이런 대목들이다. 일상 중 즐기는 공간이었던 목욕탕이 사라지는 허망함, 가끔 들리는 술집의 마담이 어떤 남자와 포옹하는 장면에 충격을 받은듯 평소 일상에서 보여준 그 답지 않게 캔맥주 몇병과 담배를 사서 강변으로 간다. 술집마담과 포옹하고 있던 남자가 가까이 와서 맥주와 담배를 나누며 그와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림자 놀이도 하는 어린이로 돌아간 상태가 된다.
다음날 출근하는 차 안에서 그의 얼굴은 웃음이 스멀스멀거리고 슬픔이 어른거리고. 나이든 남자의 얼굴(배우의 현재 나이는 68세)에 들어있을 수 있는 갖가지 표정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는 주인공이 일하는 일터인 공중화장실이다. 찾아보니 2020년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공중화장실 17개를 유명 건축가에 의뢰하여 새롭게 디자인하여 만든 건축물이라고 한다. 여러 건축잡지에 소개되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나이든 감독 빔 벤더스 45년생 79세, 나이들어가는 주인공배우 아쿠쇼 코지 56년생 68세의 조합이 만든 나이듦의 관조이다. 저렇게 단순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숙소의 간소함, 내가 청소하지 않아도 되고 음식을 만들지 않아서이다. 주인공은 본인이 집안 청소를 하고 화분도 키우지만 아주 가벼운 일상처럼 처리한다. 음식은 거의 나가서 먹는다. 단 한번 가스불 켜는 장면은 식사할 돈이 없어 컵라면 먹으려고 물끓이기 위함이었다. 화장실 청소라는 일을 하지만 그가 청소하는 장면은 아주 길지만 힐링의 느낌을 준다.
착착 이불 개고, 젖은 신문지 뿌려 다다미방 쓸어내고 아침은 캔 커피 하나, 점심은 수퍼용 샌드위치, 저녁은 늘 가는 식당이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시간을 덜어냈다. 세탁은 모아서 세탁방에 맡기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렇게 살 수도 있는데.
우리의 일상에서 덜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찾아 실천해야겠다. 머리 돌리는 시간을 줄이자.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계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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