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춘아 2022. 8. 6. 21:03

2022.8.6(토) 비 소식 있었으나 하루 종일 맑음. 밤에는 달도 보임.

요즘 인상깊은 영화를 몇 개 보았다.

장이머우 감독의 ‘원 세컨드’. 1초에 담긴 이야기이다. 제목이 낯설었는데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제목을 이해했다. 단 1초 영화시작 뉴스에 비춰지는 어린 딸의 모습을 보기 위한 우직한 투쟁, 그 과정에서 만나는 한 여자아이와의 만남이다. 줄거리는 다양하지도 않지만 장예모 감독은 모택동 시대, 건설적인 국가의식 고양 영화를 마을로 마을로 돌려가며 천막 스크린 상영 시절도 보여주고, 뉴스에 딸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영화를 보기 위해 탈옥한 사람의 의지를 보여준다. 영화에 얽힌 국가적 기억을 회상하게 하고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장예모감독의 의지가 느껴진다. '영웅’과 같은 화려한 화면이 아니라 이제는 나이든 노인이 더듬어 낼 수 있는 “인간은 이런거야”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느껴진다.

검색해보니 몇 달 전에 인상적으로 보았던 영화 ‘천리주단기’도 그러했다. 장예모 감독 영화인줄 알고 봤을텐데, 배경은 중국과 일본이고 주인공이 일본인이라 일본영화로 착각했었다. 천리주단기도 다시 보아야할까. 장예모 감독의 영화는 거의 다 보았다고 생각했다. 장 감독을 통해 사람은 나이들어가면서 유채색에서 무채색으로, 컬러에서 흑백필름 느낌으로 찍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화가도 나이들어가면서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그린다고 했던 것처럼.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 블로그에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 소개 이후 다시 보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느끼게 된다. 여주인공의 얼굴이 저랬었구나, 기억하고 있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다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일본 목조건물의 오래된 검은색이 내게 클로즈업 되었다. 일본 여행하면서 보았던 오래된 주택의 나무 결. 불에 그을려 검게 된 목재를 오래동안 사용하여 본래의 색인것처럼 보이는 검은 색이다.

작가가 여자는 아닌지 싶어 찾아보니 남자이다. 테루의 에세이 [생의 실루엣]과 히로카즈의 에세이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를 쿠팡에서 구입했다. 인터넷 검색하니 바로 쿠팡과 연결하여 구입하게 만든다. 쿠팡에서 책을 사는 건 처음이다. 동네 서점에서 구입해달라고 하곤 했는데, 손가락 터치 하나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걸 택하게 된 것이다.

코코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을 왓챠에서 보았다. 6월9일 고사리 멤버들과 함께 목포 ‘시네마 엠엠’ 방문하여 그곳 영화관에서 인상깊게 보았었다. 다시 보고 싶었는데 어제 왓챠에 등재된 것을 알고 있다가 오늘 보게 되었다. 내가 다시 보고 싶었던 부분은 기억을 재현하는 장면이다. 무수한 별빛과 같은 점 그 사이를 연결하는 선, 그 별 하나를 지목하여 재현시키면 ‘양’에게 메모리되어 있던 영상이 플레이 된다. 영화를 보면서 왜 제목이 ‘애프터 양’인지 알았다. 테크노 사피엔스였던 양이 기억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동안 자신들과 함께 살아왔던 양에게 얼마나 무심했었는지, 양과 함께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양을 이해하게 되고 그리워한다.

우리인간들에게 메모리 되어 있는 기억들의 파편은 별 하나하나로 남아있지만 별 하나 하나를 비출 겨를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잠깐잠깐 기억별 하나를 재현시켜본다. 테크노 사피엔스와는 달리 인간에게 프로그래밍 된 것은 감정들이다. 팩트 중심으로 메모리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테크노 사피엔스와 완연히 차별되는 건 느낌과 감정이다. 차 잎에 담겨있는 시간과 공간을 차를 달여 마시면서 느낄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 얼마나 섬세한가. 호모 사피엔스가 잃어버리고 있는 섬세한 감정들을 테크노 사피엔스인 양은 부러워하기도 하며 좌절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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