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몸의 말에 귀 기울이다

이춘아 2020. 2. 5. 21:54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

2020.2.5

이춘아

 

(몸의 말에 귀 기울이다)

 

<나, 이춘아의 문화적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2007년이었다. 첫 제목이 ‘몸의 말에 귀 기울이다’였다. 당시만 해도 ‘생애사’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지만 나름의 생애사를 시작했던 것 같다. [나, 김점선]을 읽고 난 이후였다.

 

단배공을 30분 가량했다. 단배공 하기전 약간의 스트레칭도 하니 30~50분 가량 운동을 하는 셈이다. 발목을 돌리고 발을 주무르기 시작하면 트림이 나온다. 발끝까지 피돌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일까, 막혔던 것이 뚫리는 느낌.  발목돌리기, 나이만큼 돌리라고 한다. 60번 넘게 돌려야한다고 하니 새삼 숫자가 많다는 것과 살아온 햇수만큼 풀어주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나를 살아가게 했던, 나를 움직이게 했던 발에 대한 경외감으로 발을 주무른다. 내 몸 어디인들 그렇지 아니한게 있을까. 

 

유성문화원에 근무하던 2008년경 기천문을 강좌에 넣어달라는 남자분이 오셨다.  강좌를 개설했으나 기천문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는지 나를 포함하여 몇 사람만 참여했다. 기천문은  단배공으로 시작한다. 따라하면서 땀이 많이 났다. 선생님은 땀한방울도 나지 않은듯 한데 쥐어짜듯 땀이 나왔다. 3개월 과정 마친 후 폐강되었지만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배공만은 매일 20~30분 하고 있다. 1회당 1분29초. 20회정도 하면 30분가량 소요된다. 나름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려고 동작 하나하나에 제목을 붙여 5단계를 만들었다.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절하는 형태로 동작을 이어가는 동안 누군가를 떠올리며 5단계 주문을 해보지만 잡념이 끊임없이 침투해들어온다. 내버려둔다. 때로는 집요하게 나를 물고 늘어지던 것에 관대해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면서 대체로 내가 순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니 일석이조이다. 

 

기천문 강좌를 하겠다고 찾아온 분의 성함은 기억나지 않지만 계룡산 신원사 부근의 기천문 도량에 가본 적도 있다. 계룡산을 날아다닌다는 분의 이야기도 들은 적도 있었다. 2001년 대전에 이사내려온 직후 계룡산을 올랐다.  헉헉대며 올라가는데 등산화 신고 성큼 성큼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등산화를 신으면 저렇게 되는가싶어 처음으로 등산화를 샀었다. 어느날은 맨발로 탁탁 나르듯 내려오는 분도 보았다. 바위와 돌이 많은 계룡산을 맨발로 뛰어다니다니. 기천문하는 사람이었을까. 

 

기천문 단배공을 십년 넘게 혼자서 계속할 수 있게 한 바탕에는 국선도에서 찾아봐야할 것 같다. 1984년 무렵 나를 제어할 수 있는 운동을 찾고 있었다. 당시 여의도에 있었던 직장 옆 동아일보 문화센터에 국선도반이 개설되었다. 새벽반을 신청하여 다녔다. 음악에 맞춰하는 시작스트레칭코스를 한다음 호흡에 들어간다. 새벽반을 일년 남짓 다녔지만 단전호흡보다는 몸풀기 스트레칭을 기억나는대로 조합하여 내 식으로 해왔다. 그러한 기본기가 있었기에 기천문 강사가 찾아왔을 때 선뜻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국선도와 기천문 훈련으로 36년간 내게 남아 있었던 것은 몸에 대한 알아차림이다. 몸을 움직이고 흐흡을 고르게 하게 훈련을 통해 나의 모든 오감을 가능한 튀지 않게 하는 것. 그 힘으로 나를 절제하려 했던 것 같다. 찾고자 한 것은 안정된 기운이었을까. 내가 바라는 것은 안정된 정서속에서 그르치지 않으려하는 시도. 나의 몸 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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