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7월20일 장대비 온 뒷 날 파란 하늘에 흰구름
한 줄의 글로 인해
친구가 했던 말 한마디가 어찌나 마음에 와닿던지 책 몇권을 샀습니다.샀던 책 가운데 단 한 줄의 글이 마음을 움직여 속리산 국립공원의 북쪽편에 있는 화양동 계곡을 다녀왔습니다.
그 내용인즉은 이러합니다.
한달 전 창덕궁을 다녀오던날 대원사에서 나온[비원]이란 책을 사 와서 읽었고 그 책을 읽던 중 우리집 책장에서[조선의 궁궐]이란 책을 발견하고‘창덕궁’편을 찾아 읽었습니다.두권 모두 사진과 글이 좋았었는데,창덕궁에 함께 갔던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책 두권을 보여주었습니다.그랬더니 친구 말이[비원]에 실린 사진이 디자인 같다면[조선의 궁궐]은 회화적인 느낌이 난다 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내가 찾던 말이었습니다.막연했던 그 느낌들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를 해주었을때의 그 흔쾌함이란...그리하여[조선의 궁궐]과 같은 시리즈로 나온 책 몇권을 샀다는 것 아닙니까.그 책이란 조선일보 출판사가1998년과99년에 걸쳐 기획시리즈로 발간했던 것으로 신영훈의 역사기행 시리즈입니다.
구입한 책 가운데[윤선도와 보길도]라는 책머리를 읽다가 한 줄의 글이 내 마음을 움직여 밑줄을 긋게 하였습니다. < ....이 점은 우암 송시열 선생의 화양동 계곡을 꾸민 의도에서도 볼 수 있다.>이 글의 앞문맥을 좀더 베껴 오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렇게 가슴 저리게 좋았다면 중국의 선진문화라면 껌뻑 죽던 유림의 선비들이 그 방식에 따른 원림의 조성을 충분히 시도하였을 것이다.그러나 현존하는 국내 유적의 대부분에서는 중국식 인위적 원림 조성에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상반되는 천연스러움을 위주로 하고 있었다.고산선생도 그쪽 학문에 조예가 깊은 분이지만 보길도 고산 유적에서 인위적인 조성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이 점은 우암 송시열 선생의 화양동 계곡을 꾸민 의도에서도 볼 수 있다.
대전의<우암 사적공원>에 문화유산해설사로 배치되어 있는 저로서는 이 단 한줄의 글에 눈이 번쩍 뜨였던 것입니다.작년 겨울 대전의 문화유산해설사들과‘우암선생의 발자취를 따라’라는 제목으로 우암 송시열선생이 태어나신 옥천을 비롯하여 우암선생이 한동안 거처하셨던 화양동 계곡과 계곡 바로 건너편 청천면에 있는 우암선생의 묘소까지를 답사하여왔던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머리의 단 한 줄의 글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 책에 밑줄을 그었던 다음날인 제헌절날 식구들과 속리산을 향했습니다.속리산 법주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산을 돌아 화양동 계곡으로 갔습니다.화양동 계곡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9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어서 한적한 계곡을 따라 즐기며 걸어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에서부터 나이 많으신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물놀이 하기에 좋은 계곡이 되어 특히 여름철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계곡이 되었지만 지금으로부터330년 이전 우암 송시열 선생이 거처하신던 당시는 선비들이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학업을 닦던 곳이었습니다.그리 깊지는 않은 계곡물 건너편 절벽위에<암서재>라고 하는 한채의 한옥만이 남아 그곳이 우암 선생이 거처하였다는 흔적을 보여주고 있을 뿐 그외 만동묘려와 서원들이 있었던 곳은 기단들과 주춧돌만이 남아 있습니다.
암서재로 올라가 마루에 앉아 보는 바깥 풍경이 아름답습니다.산과 산사이 계곡의 암반사이로 쏟아져내리는 계곡물 위로 푸른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합니다.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며‘저 하늘과 저 산,그리고 물’에 대한 향수와 함께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자연에 거스르지 않게 지어올린 작은 집 한 채가 소담합니다.한칸 방과 한칸 마루는 두 사람 이상이 되면 버성길 것 같은 비좁은 공간입니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가다가 계곡위 다리를 건너 산에 올랐습니다.맑은 물에 세수하고 내려오니 오전11시.손에 손에 먹을 것을 이고 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청천면 마을에서 올갱이 해장국을 먹고 속리산을 한바퀴 돌아 집으로 왔습니다.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산천을 즐기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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