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30일 여름안거 해제
법정, [일기일회], 문학의 숲, 2009
그가 수첩에 적어 놓은 행복의 비결은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장황한 것 같아서 하나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한번은 아프리카에서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가 노상에서 강도를 만나 차를 빼앗깁니다. 강도들은 의사 일행을 지하실에 가두고 어떻게 처리할까 옥신각신합니다. 그런데 강도의 우두머리가 의사의 몸을 수색하다 주머니에서 행복의 비결을 적은 쪽지를 보고 의사 일행을 풀어 줍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기적입니다. 우리는 늘 많은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느끼지 못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놀라운 가능성입니다.
의사는 여행을 마무리하며 다시 노스님을 찾아갑니다. 어느 지역이라고는 나오지 않는데, 제가 보기에는 홍콩의 어느 산인 듯합니다. 노스님을 만나자 그는 수첩에 적어 놓은 행복의 비결을 보여 드립니다. 노스님은 그 수첩을 보고 나서, 매우 칭찬을 합니다.
“당신은 마음공부를 훌륭히 해냈습니다. 이 모든 내용들은 무척 훌륭합니다. 더 덧붙일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노스님은 의사를 데리고 말없이 산길을 걷습니다. 의사는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 온 어떤 것보다 새로운 배움을 그곳에서 얻게 됩니다. 우리는 침묵 속에 주어진 자연의 고요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복잡한 분별에서 벗어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무 사심 없이 무심히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임을 느낍니다. 노스님은 그와 작별하며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은퇴하고 자식들 키워 다 결혼시킨 이후, 나이 들어 시골에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한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이는 우리 각자에게 다 해당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항상 지나온 과거나 미래 쪽을 달려갑니다. ‘왕년에 이렇게 잘 살았는데....’ 또는 '이다음에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현재에서 벗어나 늘 지나가 버린 과거와 다가올 미래 쪽으로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과거를 묻지 마십시오.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이란 뜻입니다. 그것은 전생의 일입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곳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장을 회피하지 마십시오. 이 순간을 회피하면 자기 존재가 사라집니다. 늘 불확실한 미래 쪽으로 눈을 팔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입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은 행복하게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책의 제목은 [꾸베 씨의 행복 여행]입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화 소설입니다. 제가 지난여름 읽은 몇 권의 책 중에서 여러분에게 소개할 만한 내용이기에 오늘 법문의 소재로 삼아 보았습니다.
순간순간 어떤 마음을 지니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오늘 해제일의 새로운 화두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참으로 인간답게 산다면 지구의 종말도 늦출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온전하고 바르게 살지 못하니까 이런 불안한 시대를 겪는 것입니다. 한눈팔지 말고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두루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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