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그 사람다움

이춘아 2021. 3. 20. 03:57

소노 아야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오경순 옮김), 리수, 2019.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 사람인 그대로’로 족하다. 1996년 9월 노인의 날 즈음에 (며칠 차이는 있으나) 나는 65세로 법률상의 노인이 된다. 자신이 벌써 그런 나이가 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의 겉모습은 젊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나의 의식이나 감각이나 성격은 정말이지 부끄러울 정도로 젊었을 때부터 줄곧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연속성을 의식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행복일 것이다. 

훨씬 이전부터 그런 느낌은 있었지만 실은 근래에 와서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며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 사람인 그대로’ 이므로, 잘만하면 그 사람의 성격을 살려서 십분 활용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사회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구조를 이해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잘되고 어떻게 하면 잘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그 절대적인 조건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또 나는 어떤 사람의 ‘그 사람다움’에 호감을 갖게 되면서부터 그 사람이 변하는 것조차도 바라지 않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전부터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그 사람에게 호감이 갔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다소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것도 용서해주십시오’라며 여유 있는 마음 가짐으로 사죄하고 싶다. 이러한 마음의 자세 이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좀더 부연하자면 ‘앞으로 치매에 걸리게 되어도 내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니 아무쪼록 부디 용서해주십시오’라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최후까지 불완전한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자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두려워서 가까이 가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 없는 그대로 생애를 마치는 것이 정말로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나는 그러한 보통 사람들의 자유를 만끽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 하고 싶다. (1996년 봄)




1. 엄중한 자기 구제
-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린다
- 남이 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일단 포기할 것
- 노인이라는 것은 지위도, 자격도 아니다
- 가족끼리라면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나의 생애는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 한가하게 남의 생활에 참견하지 말 것
- 다른 사람의 생활 방법을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할 것
- 푸념을 해서 좋은 점은 단 한 가지도 없다
- 명랑할 것
- ‘삐딱한 생각’은 용렬한 행위, 의식적으로 고칠 것
-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하려고 노력할 것
- 젊었을 때보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질 것
- 젊음을 시기하지 않을 것, 젊은 사람을 대접할 것
-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냉혹할 것
- 젊은 세대는 나보다 바쁘다는 것을 명심할 것
-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다
- 자식이 걱정을 끼친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 공격적이지 말 것
- 태도가 나쁘다고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의사가 냉정하게 대해도 화내지 않는다
- 같은 연배끼리 사귀는 것이 노후를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 정년을 일단락으로 하고, 그 후는 새로운 출발로 생각할 것
- 보편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 최고 연장자가 되어도 자신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 즐거움을 얻고 싶다면 돈을 아끼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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