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소크라테스가 전하는 지혜

이춘아 2022. 7. 30. 05:43

엄정식, [소크라테스적 성찰], 메이트북스, 2019.

소크라테스가 전하는 지혜

우리 한국인은 동서와 고금이 첨예하게 격돌하는 현대 문명의 ‘폭풍의 언덕’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아직 새로운 가치관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에 직면해 있음을 우리는 모두 실감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비와 무념, 인애와 예의, 사랑과 구원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성현들의 경우와 같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많은 논자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해왔고, 무엇보다 그의 사상이 주로 제자인 플라톤의 저술을 통해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자신의 주장을 가려내는 데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전거를 기초로 해서 그의 가르침을 정리해볼 수 있는데, 그것을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로 묶으면 다음과 같이 일곱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라
현대는 이른바 ‘정보화 시대’라고 해서 정보와 지식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원한다면 언제라도 무엇이든지 알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그러한 것들은 항상 변하는 유동적인 정보이거나 요령을 가르치는 도구일 뿐 참다운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정작 자신에게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것이 지식의 출발점인 동시에 진리로 향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러한 출발은 반드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기가 평소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며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둘째,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완전한 지식이나 절대적인 진리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 더 깊고 넓게, 멀리 생각함으로써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위험에 더 잘 대처하며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배려할 수도 있게 된다. 여기서 깊게 생각한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나 사건 뒤에 어떠한 실체나 원인이 깔려 있는지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게 생각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다른 현상이나 사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규명하는 능력을 말한다. 멀리 생각한다는 것은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의 현상이나 사건의 심층적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미리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미 확신을 가지고 받아들인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적 신앙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답변보다 질문을 찾는 데 더 열중하라. 
어떤 사안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는 것은 해결책을 찾는데 있어서 너무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답변을 찾는 것은 문제의 성격과 그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지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답변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거나 그것을 마련하는 데 급급하면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지니게 마련이며, 흔히 그것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는 데 몰두할수밖에 없다. 항상 열린 자세로 계속 질문을 던지면 좀 더 깊고 넓게, 더 멀리 세상과 다른 사람들,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더구나 답변이 아니라 질문을 많이 가진 사람만이 풍부한 상상력을 지니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만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가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끊임없이 쏟아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해결책으로서의 답변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것이 아님을 동시에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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