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13

낭독한다는 것

2024.11.6 김연수 작가의 '짧은 소설 낭독회'에 다녀왔다. 도서관에 갔다가 낭독회가 있음을 알게되어 사전신청 없이 참가했다. 왜 낭독이냐,라는 질문에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독자들과 소통이 잘되었음을 경험했다고 한다. 자신도 독자 앞에서 읽다보면 이건 아닌데 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을 고쳐나간다고 했다. 작가가 미리 준비한 글을 그는 읽고 우리도 함께 눈으로 읽는다. 공감대가 형성된다. 다른 글로 넘어가기 전 작가가 준비해 준 음악도 듣는다. 글 내용과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그 글을 왜 쓰게 되었지도 중간에 말해준다. 3편을 낭송한 후 참가자들이 미리 써낸 질문을 대담자가 말한다. 참가자 모두를 대신한 질문이다. 작가가 질문에 답한다. 그러..

마음숲밭 2024.11.06

식물도 삶을 조직하고 협력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매튜 홀, [식물 사람 Plants as Persons](유기쁨 옮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4. (297~ 303쪽) 다시 말하지만, 개별 식물, 식물 종, 그리고 식물 생태계에 행해지는 해악을 줄이는 것과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행해지는 해악을 줄이는 것 사이의 연결은 명백하다. 우리는 식물 이용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한 후, 식물의 필요 역시 인정되어야 한다. 생물권에 다른 주체와 목적이 존재한다는 인식은 인간 활동에 제한을 요구한다.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생물 다양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이러한 필요와 목적을 침해하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식물 개체, 종, 그리고 군집에 대..

정결한 손가락

방현석, [범도]1, 문학동네, 2023. (8~13쪽) 안중근이 가지고 온 단총은 38구경 리볼버였다. 미국에 갔던 백무아가 그에게 가져다준 것과 같은 기종이었다. 단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는 멍청한 포수는 없다. 안은 단총을 익히려 온 것이었다. 농장에서 기다리는 인부들을 위해 그들은 국거리가 될 만한 붉은 사슴 한 마리를 먼저 잡기로 했다. 붉은 사슴은 녹각과 사향의 값은 없어도 체장이 크고 육질이 좋아 인부들이 좋아했다. 범도는 일격으로 체장 육 척에 사십 관은 너끈하게 나가는 붉은 사슴을 주저앉혔다. 안중근은 리볼버의 방아쇠를 두 번이나 당겼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단총으로 저격할 거리가 아니었다. 범도가 오기 전까지 연해주 최고의 명사수로 꼽힌 안중근답게 단총도 금방 손에 익혔다. 하지만 열 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