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오버턴 엮음, [풍경들 - 존 버거의 예술론](신해경 옮김), 열화당, 2019.(96~99쪽)매일 아침 일이 끝나면 그는 나와 같이 커피를 마시며 마을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는 온갖 재앙이 있었던 날의 날짜와 요일을 기억했다. 그는 모든 결혼식의 열린 달을 기억했고, 결혼식마다 할 얘기가 있었다. 그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든 사돈의 팔촌까지 가족 관계를 줄줄이 읊을 수 있었다. 가끔 나는 그의 눈에서 어떤 표정을, 어떤 공모의 눈빛을 보았다. 무엇에 대한 공모였을까. 우리 둘의 분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유하는 어떤 것을 공모하는 눈빛이었다. 절대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 우리를 묶어 주는 어떤 것 말이다. 내가 그를 위해서 해 주는 사소한 농장일은 절대 아니었다. 오랫동안 나는 그게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