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김우룡 옮김), 열화당, 2019(2005 초판).(46~48쪽)오두막을 지은 뒤로 토니오는 이 엘 레켄코 계곡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깨져 나간 바위, 너도밤나무, 드문드문 보이는 잔디들, 말라서 바닥을 드러낸 여울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가 그린 검은 화폭엔 이 지역의 굴곡진 땅의 모든 것이 마치 고대의 커다란 거북등을 연상시키듯 표현되어 있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는 독수리가 맴돌았다. 그림을 그릴 때면 그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 소리는 마치 땅에 있는 먹잇감들을 격려하면서 그 마지막 신음소리를 흉내내는 것처럼 들렸다.엘 레켄코에서 소를 치려면 반드시 소몰이꾼이 필요했다. 작은 키에 땅딸막한 체격의 안토닌은 낡은 트럭 타이어를 잘라 만든 샌들을 신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