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각자의 상처

이춘아 2024. 5. 25. 06:36

줌파 라히리, [저지대](서창렬 옮김), 마음산책, 2014.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난 수바시와 우다얀 형제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 
수바시와 우다얀 형제의 엄마인 비졸리, 두 형제의 부인이 된 가우리, 그들의 딸 벨라,  벨라의 딸 메그나.
4대에 걸쳐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 인도 캘커타 톨리건지, 미국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미국 캘리포니아,  아일랜드 수바시: 1943년생, 쌍둥이 처럼 자란 동생 우다얀에 비해 자신은 늘 뒤처져있다는 콤플렉스가 있다. 생물학 전공으로 1969년 인도에서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가서 인도로 돌아오지 않는다.  

우다얀: 1945년생. 수바시 형과 동일체 처럼 자랐으나, 대학으로 가면서 서로 갈 길을 달리하게 된다. 1970년 1월 가우리와 결혼.  공산주의에  경도되어 1971년 경찰을 살해하고 본인도 경찰에 의해 총에 맞아 죽는다.  비졸리: 1920년대생.  수바시와 우다얀의 엄마. 우다얀을 잃은 후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간다. 

가우리: 1948년생. 오빠 마나시의 친구인 우다얀과 결혼한다. 시댁의 반대도 있었지만 시댁에서 2년간 살다가 우다얀이 저지대에서 처형당하는 모습을 본다. 남편이 죽고 난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우다얀의 죽음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온 수바시는 임신한 가우리를 시댁과 경찰로부터 피신시키기 위해 가우리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데려온다. 가우리는 우다얀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딸조차 냉대하며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교수가 되어 남편인 수바시와 딸 벨라에게 말도 하지 않고 떠나버린다.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살다가 은퇴 후 찾아가나 딸로부터 냉대를 받는다. 그후 캘커타 톨리건지로 가서 남편이 총살되었던 죽음의 장소를 다시 가본다. 살아온 삶에서 급격한 전환이 이뤄진다.  

마나시: 1945년생. 우다얀의 친구이자 가우리의 오빠. 인도에서 살고 있다.  홀리: 1930년대생. 수바시가 한동안 연애했던 연상의 여인. 전 남편과 재결합하면서 수바시와 헤어진다.  벨라: 1967년생. 우다얀과 가우리의 딸. 미국에서 태어나 수바시의 사랑으로 커나간다.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 가우리에 대한 상처가 크다. 남편 없이 아버지 수바시 집에서 딸을 키운다.

메그나: 2000년생. 벨라의 딸.   드루: 벨라의 남편이 될 사람.

엘리스: 1940년대생.  벨라의 고등학교 교사. 나중에 수바시와 사귀면서 결혼한다.  카누 사냘: 1932년 출생. 젊은 시절 실리구리 법원의 서기로 채용됨. 다르질링 지역 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파 조직책으로 일했으나 낙살바리 봉기 이후 당과 결별했다. 그는 중국에 가서 마오쩌둥을 만났다. 10년 가까이 감옥 생활을 했으며, 인도공산당 마르크스레닌주의파의 당의장을 역임했다.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폭력 혁명 포기를 선언했다. 

~ ~ ~ ~ ~ ~

179쪽: 그녀는 우다얀의 삶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더 이상 그녀와 동반하지 않고 1971년 10월에 멈춰버린 것을 보았다. 이것은 그녀의 마음의 눈에 무덤을 만들었다. 어떠한 전망도 하기 힘든 현재의 순간만이 그녀의 이해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것은 자신의 어깨 바로 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같은 것이었다. 시야에 생긴 공백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는 눈에 보였으며, 감긴 실이 풀어지듯 계속 풀려나갔다. 그녀는 그 미래에 눈을 감고 싶었다. 자기 앞에 놓인 날과 달들이 끝나버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자신의 남은 생애는 계속해서 현재가 되어 나타났고, 시간은 끊임없이 증식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미래를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243쪽: 무지와 희망 속에서 의도적으로 기대를 하는 것,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시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증축한 집에서 수바시와 우다얀이 나이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분들은 수바시가 톨리건지로 돌아와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를 원했다. 우다얀은 사회 자체가 바뀌기를 바라며 미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가우리는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그와 함께 결혼 생활을 꾸려가기를 바랐다. 수바시는 로드아일랜드에서 그와 가우리와 벨라가 한 가족으로 지내기를 바랬다. 가우리가 벨라의 엄마이자 그의 아내로 남기를 바랐다.

279쪽: 자신의 정신을 예리하게 유지하는 것, 이것은 도전적인 과제이자 풀어야 할 난제가 되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개인적인 레이스가 되었다. 만약 멈춘다면 위업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없어질 것이었다. 290쪽: 몇 분 후, 디파가 남편 방에 들어간 뒤 비졸리는 찻잔과 잔받침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디파가 테라스로 올라와 그녀를 찾기 전에, 남편이 잠을 자다 죽었다는 말을 하기 전에 비졸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과부가 되었다. 가우리가 그랬듯이, 비졸리는 이제 무늬나 가두리가 없는 흰색 사리를 입었다. 팔찌를 차지 않았고 생선도 먹지 않았다. 머리 가르마에 주홍색 치장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우리는 다시 결혼했다. 그것도 수바시와, 일이 그렇게 급변한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여전히 망연자실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우다얀의 죽음보다도 더 예상하지 못했고 더 충격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다얀의 죽음만큼이나 가혹한 일이었다.  343쪽: 벨라는 그를 따돌리고 혼자서 자신의 존재를 확립해나갔다. 이것은 큰 충격이었다. 자신은 벨라를 보호하고 벨라를 안심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수바시는 내평개쳐진 느낌이었다. 가우리에 이어 다시 배척당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혼자이니 아빠로서의 자신감이 흔들려서 자기도 모르게 권위를 행사할 봐 두려웠다. 

353쪽: 벨라는 미드웨스트에 있는 작은 문과대학을 선택하여 대학에 진학했다. 벨라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바랐지만 벨라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벨라는 자신의 삶을 대학 안에서 연구를 하며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책과 실험실에서 충분히 배웠다고 했다. 자신을 그런 방향으로 재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401쪽: 어느 날 그는 죽을 것이다. 리처드처럼, 다른 사람들이 버리기 위해서 그의 물건을 들여다보며 골똘히 생각하고 선별 작업을 할 것이다. 그의 뇌는 이미 앞으로 다시 추구할 필요가 없는 목표들은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고, 딱 한 번 만나서 얘기했던 사람들의 이름은 저장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에 자리 잡은 많은 것들은 무시해도 되는 것들이었다. 그가 밝히고 싶은 것은 단 하나, 우다얀 이야기뿐이었다. 

407쪽: 그녀는 한 집에서 다른 사람 열 명과 함께 한 가족처럼 지낸다. 소설과 영화 대본을 쓰는 사람도 있고, 보석 디자이너도 있고, 컴퓨터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람도 있다.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있고, 과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이가 조금 많은 사람도 있다. 그들 모두 남과 어울리지 않고 각자의 일정에 따라 자기 생활을 한다. 그러나 식사는 짝을 지어, 서로 번갈아가며 해준다. 고지서와 청구서는 공동으로 지불한다. 부엌 하나, 텔레비전 한 대가 있고, 허드레일은 돌아가며 한다. 아침에는 화장실을 사용할 시간대를 적는다.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한다.  411쪽: 벨라는 그들의 화목한 생활에 반하고 동시에 위로를 얻는다. 벨라네는 엄마가 떠나기 전에도 가족이라 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거기 있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벨라는 이제 그걸 안다. 지난 여름에 아버지를 보러 갔을 깨 아버지에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가 아는 사람이었다. 실바 부인은 자신의 역사 선생님이었다. 셋이 함께 밖에서 아침을 먹던 날 실바 선생님은 벨라에게 자신을 엘리스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414쪽: 아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녀는 엄마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벨라의 삶의 모든 게 엄마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나는 나다, 벨라는 중얼거리곤 한다. 나는 내 방식으로 산다, 엄마 때문에.

433쪽: 엄마가 된 이후로 벨라는 아빠가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알았다고, 그 사실을 알고서 아빠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수바시에게 말했다.
473쪽: 그는 친절했으며 공격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그녀가 밭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나타나기 시작했고, 일을 쉬는 때가 언제인지 물어보며 함께 수영을 하러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477쪽: 여름이 끝날 무렵 그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자신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므여 자신의 느낌을 알 만큼은 성숙한 나이가 되었다고 했다. 그녀가 메그나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벨라가 허락해준다면 메그나의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496쪽: 가우리는 실패의 감정이 불타올랐다. 자신의 여정에 기울인 노력, 운에 맡기고 찾아온 주제넘은 태도,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 이혼은 수바시의 삶을 단순화하는 게 아니라 풍요롭게 하는 것이었다. 그의 삶에서 가우리의 자리는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그녀를 뿌리째 뽑아낼 수 있었다.

498쪽: 당신은 나에게는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은 거나 다름없어요. 유일한 차이는 당신은 스스로 선택해서 나를 떠났다는 사실이에요. 벨라의 말이 옳았다. 명확히 해야 할 게 없었고, 전해야 할 것도 더는 없었다.  534쪽: 그들은 시나가 체포되기 전에 해주었던 말을 기억했다. 혁명을 위한 폭력은 압제에 맞서는 것이다. 그것은 인도적인 해방의 힘이다, 라는 말이었다.

'문화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너기  (2) 2024.06.13
휴가지에서  (14) 2024.06.11
측량할 수 없는 삶의 부분  (2) 2024.05.18
끝나지 않는 우리들의 깊은 가슴이었다  (28) 2024.05.18
여성주의의 대두  (1) 202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