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안목이에요
2008.2.15
1월30일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대전을 방문하여 강연한 내용 중 마지막 강조점이 “문화는 안목이에요”였다. 그 이후 ‘안목’이란 단어가 내 주변에 맴돌고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안목(眼目)이란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힘’이라고 한다. 이어령 전 장관의 강연과 자문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그의 안목, 특히 문화적 안목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문화계의 유명 강사들 몇몇을 떠올려보면서 그들에게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안목이었다. 안목에는 요즘 문화적 화두인 상상력과 통찰력, 그리고 문화적 감수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교육을 비롯하여 평생교육의 핵심가치 역시 개개인의 안목을 높이는데 있다고 본다면, 결론은 사물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분별하는 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디지로그’라는 개념을 주창한 이어령 전 장관의 글을 읽고 ‘디지로그 시대의 글쓰기’가 중요할 것 같아 이 제목으로 문화원에 강좌를 만들었으나 반향이 없어 폐강되었다. 기획자인 나부터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그저 중요할 것 같다는 감만으로 강좌를 설정하고 단순히 글쓰기만을 도입한 것이다. 보기는 하였으되 분별하는 능력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경험을 한 셈이다.
여기저기서 문화적 카피, 벤치마킹이 성행하고 있다. 어디가 잘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 보고 온다. 그대로 하면 실패다. 나의 안목 없이 남의 안목을 그대로 베껴오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 보도블럭 공사를 하고 있는 한 노동자를 보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보도바닥재를 어떻게 잘라낼지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모습이 늘 남아있다. 그 모습은 정교하게 돌을 다듬고 있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예술가적 안목으로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오늘의 문화적 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