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1일
사과같은 내 얼굴
1. 사과
지난 1월 열흘간 스위스 여행을 하였습니다. 스위스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사과였다고 말하겠습니다. 그 유명하다고 하는 ‘퐁뒤’라는 음식은 결국 먹어보지 못하고 수퍼에서 산 사과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맛있었다고 하는 저간에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전에 내가 먹었던 사과맛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추억의 맛이 되어버린 붉은 홍옥같은 작은 사과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물에 씻어 왁삭 베어먹는 그 맛, 앉은 자리에서 세 개는 너끈히 먹어치우는 그 사과를 먹으며 통쾌하기까지 했는데...
당도와 크기만을 쫓아온 오늘날 우리의 사과는 껍질을 두껍게 깎아 예쁘게 잘라 포크로 몇 조각 먹는, 그것도 몸에 좋다고 하니 먹는 사과일 뿐입니다. 오랫동안 잊어버렸다고 여겨왔던 것을 내 몸은 기억하여 옛날에 내가 먹었던 사과를 스위스의 수퍼에서 찾은 것입니다. 그 예쁜 색과 사과를 베어물 때 생기는 거품까지 허겁지겁 즐기며 먹었습니다.
발전은 어느 곳에나 있건만 왜 스위스나 독일 등에서는 사과나무를 그대로 유지하였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모든 부문에 손을 대어 오리지날을 남겨두지 않고 있습니다. 개량종만 먹어대는 우리 몸에 어떤 유전인자가 개량되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과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못내 아쉬운 부분입니다.
2. 내 얼굴
언제부터인가 내 얼굴의 피부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한두 사람으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라 몇사람으로부터 들었던터라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을 추적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목욕법입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이춘아의 피부관리 최초공개’라는 제목으로 이 글을 쓰려고 했는데 주위의 친구들이 하도 물어보길래 말을 해 버리고 나니 이렇게 ‘사과같은 내 얼굴’이라는 제목이 되었습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민가신 이모부가 한의사 자격을 따고 지금으로부터 일년 반 전에 한국에 나타나셨고 저의 집에도 놀러오셨습니다. 진맥, 체질감별 등을 하신후 저에게 반좌욕 목욕법을 권하셨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틈만 나면 목욕할 때 시킨대로 해보라는 것입니다. 방법은 이러합니다. 대중목욕탕을 가든 집에서 욕조에서 목욕을 하든 배꼽밑 단전부분까지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보면 땀이 나는데 그런다음 샤워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모부의 말을 명심하였지만 목욕탕을 가면 여전히 목까지 물에 푹 담그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정말 믿져봐야 본전이라는 이모부의 말대로 그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대중목욕탕을 가면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슬쩍 탕에 들어갑니다. 왜냐면 이모부가 몸에 물을 묻히지 말고 들어가라고 했거든요. 배꼽정도까지만 물에 담그고 앉아 있으면 저의 경우에는 30분 정도가 지나야 이마와 머리밑에서 땀이 나오기 시작하며 일단 땀이 조금이라도 나오기 시작하면 금방 땀이 뚝뚝 떨어지게 됩니다. 땀이 머리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은 배꼽 아래 하반신에서 혈액순환이 되어 따뜻한 기운이 머리로 역류되어 순환이 잘 되었기 때문이라 추측됩니다.
하여튼 한달에 한두번 정도이지만 이러한 목욕법이 반복되어 일년정도 지나면서 내 얼굴의 피부가 좋아지지 않았나 사료되는 바입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한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그렇게 땀을 뺀 다음 비누로 샤워하고 난후 때를 밀지 않고 찬물과 뜨거운 물을 왔다갔다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개인차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목욕시간은 한 시간입니다.
특히 저처럼 수족이 차가운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목욕법입니다. 이러한 글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난후 한동안 목욕을 다녀오지 못하다가 얼마전 목욕탕을 갔는데 시간이 없어 40분간만 목욕을 할 수 있어 땀을 빼는 과정을 생략하고 나왔더니 하루종일 추운 느낌이 들어 과연 그 땀빼기가 혈액순환에 도움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좀더 자신있게 저의 목욕법을 권하고자 합니다.
유의하여야 할 사항은 땀이 나오기까지 30여분간 걸리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눈을 감고 도를 닦는 기분으로 여유를 가지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보면 땀이 조금씩 배어나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왜 이렇게 땀이 나오지 않지, 하고 초조해하면 그 시간을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만 명심하시고 반좌욕 목욕법을 시도해 보십시오.
어느날 목욕탕에 슬쩍 들어가 앉았는데 한 아주머니가 조용히 다가와 씻고 들어오셔야지요, 하시길래 아이구 미안합니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상의 변명이 없지 않습니까. 그 이후 부터는 비누칠 후에 반신욕하는것으로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