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칼럼

한국인의 코드

이춘아 2020. 3. 5. 16:07

2003년6월11일

한국인의 코드

 

 

내가 찾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고 알아채는 순간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이러한 알아챔이 일어나는 순간은 몇번 되지 않았던 같습니다.어제 온양민속박물관을 다녀오면서 그러한 순간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것이 아닐까’의 실체는 이러합니다.작년에 국립민속박물관을 다녀오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유산답사를 가기 전에 이곳을 먼저 다녀오는 것이 순서이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문화유적지나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면서 늘 설명이 부족한 그 무엇이 있었는데 바로 그 기본의 코드를 알고 느끼기 위해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를 보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온양민속박물관을 다시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 이곳에서 느꼈던 것은 그 기본의 코드와는 다른‘문화적 감수성’의 코드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했던 일상용품의 대표성과 아름다움을 알게하는 것을 넘어서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전시숫자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장장 세시간을 전시관의 유리창에 코를 박고 쳐다보았던 것은 비슷비슷한 용도의 일상품들의 미세한 차이들이었습니다.아!그렇지 사람들은 이런 것이야,내가 사용하는 용품들에 공을 들이고 멋을 부려보는 것,그것이 사람사는 멋이고 맛이고 그 차이가 옆집과 다른 것이고 지역간에 다른 것이고 나라간에 다른 것이고 그런 다른 맛에 사는 것이 사람사는 행태라는 것이었습니다.

 

 

올해1월 스위스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부지런히 돌아다녔습니다.열흘동안 한정된 시간동안 발품 팔아가면서 열심히 보았습니다.스위스가 자랑하는 제네바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에서 지겹도록 많은 것들이 정교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비슷한 것들을 뭐 저렇게 많이도 전시했을까,했었습니다.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박물관이 전시해야할 절대적인 기본수치라는 것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온양민속박물관을 다녀오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학술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종,목,,,,어쩌고 하는 그런 것을 넘어서서 채집되어 전시되고 있는 나비의 모양과 색이 서로 조금씩 다른데 그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하고 느끼는 것까지 전시의 몫이라고 여겨집니다.그런 것을 보여주는데는 분류틀의 기본만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미세한 차이의 아름다움을 느꼈기에 동물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던 것 같습니다.식물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동물까지 아름답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았거든요.

 

 

온양민속박물관에서 그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살아가는,살아왔던 삶의 아름다움이랄까,사람은 이렇게 사는 것이야,하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한국인의 코드는 바로 이런 것이야 하는 것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스위스에서 투덜대는 우리집 아이를 얼러가면서 이곳 저곳을 보고 다니던 중 이왕에 스위스에서 영화도 한편 보고 가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그 당시 상영되고 있던‘반지의 제왕’ 2편을 보러 갔습니다.스위스의 영화관에서 프랑스어로 영화를 본다는데 더 의미를 두었던 것이었는데 나와 우리집 아이는‘그 무엇’을 느끼고 왔습니다.

 

 

그동안 무조건 많이 보면 좋다,하면서 다녔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느꼈던 것을‘반지의 제왕’ 2편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그 코드를 읽었습니다.그것은 나뿐 아니라 우리집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좀더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유럽의,서구인들의 삶의 켜켜를 영화를 통해 총정리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1편을 비디오로 한국서 보았는데 그 때는 뭐 그렇고 그런 영화의 하나로만 보았을 뿐이었습니다.그런데 발품을 팔며 보고 다녔던‘그 무엇’을 영화에서 보았습니다.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고 그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바로 그 영화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재미있게‘반지의 제왕’ 2편을 보았습니다.프랑스말로 하는 영화였지만 다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영화를 본 다음날부터 우리집 아이는 다니는 것에 투덜대지 않았습니다.아이도 내가 느꼈던 그 코드를 읽었던 것입니다.유럽도 몇십년만의 한파라고 하여 다니는 것이 추웠지만 보고 느끼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열흘간의 여행을 마치고 여행소감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바삐 돌아가면서 잊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어제 온양민속박물관을 다녀오면서 또 다시 한국인의 삶의 코드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나만해도 어려서 보았던 기억을 끌어올리면서 바로 저렇게 살았었지 라고 합니다만,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서구인들과 같은 눈으로 우리의 과거 삶을 보아야할지 모릅니다.아이들은 우리 영화보다도 외국영화를 더 많이 보았고 그래서 외국의 박물관 코드를 더 빨리 읽어낼지도 모릅니다.아이들에게 우리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데려가듯이 우리의 민속박물관으로 데려가야할 것 같습니다.

 

 

언제 시간을 내어 우리집 아이와 함께 온양민속박물관을 다녀오고난 다음 임권택 감독의[취화선]을 빌려보아야겠습니다.아이의 반응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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