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과학이 만나 어떤 결과물을 창조해 낼까?
2016년 10월24일
<아티언스 대전>이 10.21~11.2 열렸다. 대전문화재단이 아트art+과학science=아티언스artience, 라는 합성어를 만들어 작품 전시를 해온지 여섯째 해를 맞이했다. 독보적인 과학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전에서 예술을 더하여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 바로 <아티언스 대전>의 출발점이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섯 명의 예술가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의 과학자들이 10개월간 대화와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창작물을 전시했다. 올해는 그 창작품을 원도심의 갤러리 5곳에서 전시하였다. 전시장과 전시장 사이의 거리는 걸어서 5-6분 내외 위치하고 있어서 한 시간 내 다섯 작가의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올해는 작품전시에 그치지 않고 인근의 소극장을 빌려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찾고자했던 연극과 영화를 기간 내에 동시 상영했다.
나는 10월21일 오프닝때도 전시투어를 했지만, 다음날이었던 토요일 아티언스 연극 ‘사요나라’‘일하는 나’를 보고 관람객들과 전시장 투어를 하고나니 또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아티언스 대전> 전시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사실 어렵다. 누군가 ‘아, 백남준 같은 건가요’라고 물었을 때 ‘맞아요 바로 그런거예요’라고 말했는데 그러한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아직은 아티언스를 이해하는 현재의 수준이다.
5개의 갤러리 중 한 곳에 어느 관람객이 들어섰을 때 전자파 소리와 빛이 투영된 색상, 물체, 그림들을 보게 된다면 아마 실험적인 작가들의 소행(?) 정도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선정된 작가들은 각자의 물음을 화두로 삼아 10개월에 걸쳐 표준과학연구원과 기계연구원 한 실험실에 머물면서 그곳의 연구자들과 대화하고 실험하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견디면서 창작해낸 결과물을 전시하였다, 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작가(김형중)는 물질적이지만 비물질적인 우주와 사람이라는 생명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표준연구원의 연구원(배영경박사)과 협업하여 사람을 형성하고 있는 물질인 신체의 가장 중요한 암호체계인 DNA구조와 세포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결과물은 화선지에 수묵 등이 아닌 LED 디스프레이에 스피커 혼합미디어 설치물 등이고, 제목은 [데이터, 자연, 진화]이다.
독일에서 사진작업을 해왔던 작가(고은경)는 핸드폰, 디지털사진기로 찍어댄 수많은 사진들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존재하지만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진들이 찍혀진 채 어느 컴퓨터나 외장하드에 0과 1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한국표준연구원의 한 연구원(이동훈박사)의 도움을 받아 빛을 탐구하면서 영상 앞을 떠도는 하얀 큐브인 디지털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연구원 사과나무를 시간대별로 계절별로 찍어 영상화하였다. 하얀 큐브의 이미지들이 연결된 코드를 밟으면 사과나무로 형상화하여 계절별로 변화하고 있는 사과나무를 보여준다. 숫자 0과 1로 있던 것들이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존재로 드러나는 것처럼.
약간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작가(노상희)는 불가피하게 강요된 사회적 스트레스는 어떤 것이며 그것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라는 생각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4명의 박사님들과 협업하여 스트레스를 실험하였고 측정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작업하였다. 전시된 작품은 적외선 체열측정 실험한 수치를 색채로 전화하여 유화로 그렸다. 그리고 연구원에 머물면서 채집한 각종 전자파의 소리를 녹음하여 들려주고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에 천착해있던 작가(지호준)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연구자(김경식박사)의 도움을 받아 나노 현미경으로 본 것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작업하였다. 개똥을 나노현미경을 본 세계는 마치 금강산 같았고, 나무나 해초류처럼 보였다. 나노현미경으로 본 세계와 우리의 눈으로 보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얼마나 고정된 시각으로 세샹을 보고 있는지 찾고자 했다.
기술과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은 인간과 어떤 미학적 형태를 띠고 있을까,를 고민한 작가(정화용)는 한국기계연구원의 자기부상연구자(한형석박사)와 함께 작업하였다. 보고 느낀 시각적 비시각적 경험들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미디어아트를 실험하여 비정형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여 다양한 색깔과 형태로 디자인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발현된 작가들의 생각들이 과학자들의 기술력과 만나면서 결과물 전시는 기존의 화폭과 물감이 아닌 HD비디오인스톨레이션, 비디오모니터, 미디어플레이어, LED디스플레이로 대체되었다. 표현의 도구가 바뀐 것이다. 로봇이 직접 연극무대에 올려져 사람들과 대화하는 연극을 보고 있자니, 극히 단순화되어버린 사람과 이미 감정을 알게 된 로봇과의 대화 역시 21세기 후반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벌써 희석된 알파고의 충격을 기억한다면, 이들 예술과 과학의 만남은 과학문화도시 대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업들과 토론을 통해 해답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 궁금하면 주변을 돌아보라. 대전문화재단의 <아티언스 대전>, 대전시립미술관의 <코스모스> 전시, 사이언스페스티벌, 세계과학문화포럼 등이 대전의 10월을 달구고 있다. 과학문화도시 대전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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