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31일
“모종 이동”
건지섬에 영향을 받아 편지글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어젯밤, 다음날 해야 할 일의 분량을 대략 생각한 다음 잠을 잤습니다. 아침 일찍 걷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걷기 장소는 남이면에 있는 남이자연휴양림입니다. 그동안 진안 방향으로 용담댐 공원, 주천생태공원, 운장산자연휴양림을 다녔습니다. 오랫만에 간 남이휴양림은 8시도 채 안된 이른 시간이어서였는지 휴양림 전체를 전세낸 것 처럼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치유의 숲길은 새롭게 발견한 길. 입구에서 짧게나마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수지 끝까지 올라가니 등산로를 볼 수 있었습니다. 휴양림을 산책하고 오니 9천걸음. 오늘의 분량은 다 채웠습니다.
오늘의 밭일을 가늠해봅니다.
수세미로 알고 소나무 아래 키웠던 것이 오이라는 걸 알고 옮기는 것. 오이인 줄 알았던 것이 호박 종류라 옮겨주었습니다. 감나무 아래에 네 구덩이를 파고 옮겨 심었습니다. 겨우내 묵었던 쪽파를 파 낸 자리에는 고추를 옮겨 심었습니다. 크기를 예상치 않고 심었던 옥수수도 옮겨 심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밭일은 모종들의 대 이동이었습니다. 오늘 캐어낸 쪽파 자리에는 열무 모종을 옮겨주었습니다. 모종들의 대이동. 뿌리가 흔들렸기에 다시 안착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상채기도 있고 성장에 장애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하고, 입양된 아이들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잘 자라주기를 기원하며 물을 충분히 뿌려주었습니다. 호박, 오이, 옥수수, 고추, 열무들의 대이동, 쪽파 말리기 작업을 했습니다.
일이 끝난 후 오랫동안 생각만 해오던 쑥 목욕 준비를 했습니다. 밭일 하는 동안 쑥을 베보자기에 넣어 끓여 쑥물을 내고 큰 대야를 목욕탕에 놓고 쑥물 붓고 따뜻한 물로 온도를 조절하여 그 속에 몸을 담그는 방식입니다. 쑥물은 몸을 매끄럽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쑥물 목욕을 계속 미루어왔던 것이 내 몸을 담글만큼 큰 대야가 있어야한다는 것. 쑥물이 튀면 목욕탕이 물드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해보니 그렇게 걱정할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풀독, 모기독에 견딜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방안으로 쑥물 목욕을 꾸준히 해보는 것. 실험적으로 해보려합니다.
어제 건지섬을 읽기 시작하면서 오랫만에 책읽기의 흥분을 느꼈습니다. 정말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