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Jerome Walters: 대학에서 언론학과 수의학을 전공했으며, 전염병의 기원을 주제로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언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2003년 [Six Modern Plagues - and How We Are Causing Them] 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항생제 내성의 행로’
홀리가 DT104에 감염되기 몇 년 전에 세 번째로 살모넬라 전염병이 영국을 휩쓸었다. 3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세 번씩이나 살모넬라 전염병이 돈 것이다. 살모넬라균이 유독 영국이나 스코틀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영국의 전염병 감시 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살모넬라 전염병이 돌아도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었다.
영국에서 사람에게 발생한 사례가 처음 보고되었을 때부터, DT104는 무시무시했다. 당시 DT104는 스코틀랜드 에어드리에서 한 가족 다섯 명을 포함해 일곱 명을 감염시켰다. DT104는 이전에 전염병을 일으켰던 살모넬라 티피무륨보다 더 많은 소들을 죽였고 사람들을 더 심하게 앓게 했을 뿐 아니라, 세포 구조도 불길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세균이 약에 내성을 지니게 해주는 부위는 종류마다 다르다. 대개 세균에는 항생제를 분해하거나 그것을 먹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항생제를 무력화하는 부위가 있다. 이 작은 부위들은 환경 조건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면 내성을 지닌 세균이 서서히 내성을 잃는 이유도, 약을 신중하게 사용하면 치료 능력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DT104는 획득한 내성을 다소 영구적으로 지니고 있다. 세포의 유전 물질 속에 내성을 저장해두는 것이다. 따라서 항생제와 접촉시키지 않으면 내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DT104는 어떤 약의 내성을 한번 획득하면, 그 약은 아마 계속 그 균주에 무력할 것이다. 홀리의 농장을 공격한 DT104는 이미 적어도 다섯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고 있었다. DT104는 돌연변이로 생긴 것이며, 그 결과 영구적인 내성을 지니고 있다.
또 DT104는 다른 곳에서 내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앞서 나타났던 약물 내성 살모넬라 균주들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즉 영국에서 처음 발견되긴 했지만, 그것의 내성은 다른 먼 곳에서 온 듯하다. 그 내성 유전자가 정확히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프레더릭 앵걸로는 그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그는 CDC의 국립항균내성감시체계를 이끌고 있다. 그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DT104 같은 위험한 미생물을 파악하고 추적하는 일을 한다.
앵걸로는 쾌활한 중년 남성이다. 그는 세균 이야기가 나오면 진지해진다. 나는 2002년 6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1996년에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CDC 직원이 영국의 한 새끼 고양이에게게서 찾아낸 세균을 다룬 논문을 전자우편으로 보내왔어요. 당시에는 그 세균이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몰랐죠. DT104의 등장은 놀라웠어요. 그것은 진화해 중간 형태를 남기면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종류가 아니었어요. 완전한 형태의 세균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영국과 서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온 것이죠. 미국에서 보고된 첫 감염사례는 1985년에 발병한 캔자스 주의 한 남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19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그 문제를 인식했죠. 캔자스의 환자는 이 나라에서 그 세균이 이미 도처에, 아마도 소에게 잠복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였죠. 처음에 나는 DT104가 가축에서 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DT104의 내성 능력이 축사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농장에서, 즉 양어장에서 왔다는 증거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앵걸로는 말을 계속했다. “DT104가 지닌 가장 두드러진 형질들 중 세 가지가 내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들입니다. 이 살모넬라균이 지닌 독특한 내성들 중 두 가지는 아주 드문 것입니다. DT104가 출현하기 몇 년 전에 그것은 한 곳에서만 나타났는데, 바로 동남아시아의 양어장에서 기르는 물고기들에 사는 세균들에서였죠.”
그렇다면 물고기 세균에 있던 내성 유전자들이 어떻게 살모넬라 티피무륨으로 옮겨 갔을까? 앵걸로는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시햇다.
앵걸로는 살모넬라 티피무륨 세균이 물고기의 세균과 접촉해서 내성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아마 축사와 양어장에서 나온 폐기물로 가득한 연못에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그 미생물에 감염된 새가 양어장에 들렀다가 그곳 물에 배설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어디에서 얼어났든 간에, 일단 내성을 획득한 살모넬라균은 어육 부산물로 만드는 어분에 섞여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분, 즉 물고기 가루는 소 사료에 흔히 첨가되는 성분이죠. 오염된 사료는 단기간에 유럽, 일본, 미국 등으로 보내져 그 지역의 소들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죠.”
세균이 동물 사료에 담겨 전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생각은 억측이 아니다. 1970년대에 전 세계에 전염병을 일으켰던 희귀한 종류의 살모넬라가 있었는데, 축적 결과 페루에서 만들어진 어분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어부들이 배 위에서 물고기를 말리고 있을 때, 살모넬라에 감염된 바닷새들이 그 위에다. 배설을 했다. 세균은 어분 속에 섞여 포장된 뒤, 국제 무역을 통해 금방 퍼져나갔다. 어분은 가금에게 먹여졌고, 그 가금의 고기가 사람을 감염시킨 것이다. 페루에서 온 세균은 다행히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세균이 국제 무역을 통해 금방 퍼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앵걸로는 이렇게 말했다. “DT104가 씨암소나 다른 경로를 통해 전파되어 미국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분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도 설득력 있는 가설이죠.”
앵걸로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요점은 DT104가 동물, 먹이, 식량 생산, 국제 무역 등이 뒤얽혀 있는 복잡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서로 얽혀 있는 많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인공 사료와 집약 농업을 통해 동물들의 자연 생태를 교란하고 지구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것이 다시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사스와 그 이후’
많은 전염병학자들은 1918~19년의 스페인 독감이나 현재의 에이즈 같은 또 다른 대규모 전염병이 지구 전체를 휩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하낟.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산하 의학연구소는 최근 이렇게 경고했다.
“미생물이 건강에 미치는 위협을 생각할 때 미래는 지극히 암울하다. 오래된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병원체들은 독창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방어 도구에 적응하고 그것을 극복한다. 또 우리는 사회와 환경, 지구 전체의 상호 연계성 같은 요소들이 긴급 상황이 발생하고 전염병이 전파될 가능성을 사실상 증가시킨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2002년 말,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중증급성흐흡기증후군, 즉 사스SARS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들이닥쳤을 때 그렇게 깜짝 놀라지 말았어야 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전염병 사무국장인 데이비드 헤이먼은 사스가 “21세기에 맨 처음 등장한 아주 심각하고 전염성이 강한 새로운 질병”이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에이즈, 에볼라 출혈열, 라임병 등 약하거나 치명적인 수많은 질병들이 나열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전염병 목록에 이미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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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간 전파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한 종에 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종을 감염시키는데 성공하려면, 일련의 유전적 변화를 거쳐야 한다.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얻거나, 자발적으로 자신의 유전자 조성을 바꾸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에서는 바이러스(여기서는 세균도 가능하다)가 다른 미생물의 유전 물질을 획득해서 새로운 종류가 된다. ... 유전자 교환 가속 문제는 가축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중국 남부 지역에는 요리용으로 수많은 종류의 야생동물들을 사고파는 거대한 시장들이 있다. 이런 곳들도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뒤섞이고, 짝을 짓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풍요로운 장소가 된다. .... 사스의 배후인 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바이러스와 전혀 다른 과에 속해 있긴 하지만, 다른 많은 바이러스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방법으로 진화할 수 있다.
그러면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는 두번째 방법을 살펴보자. 바이러스가 유전적 변화를 거쳐야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다면, 다른 바이러스에게 유전 물질을 얻는 방법외에 자발적으로일어나는 유전적 변화를 통해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도록 진화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 돌연변이들이 사스바이러스에게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열쇠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 교환을 촉진하듯이, 자연적인 돌연변이로 생긴 것이라 해도 그 새로운 바이러스의 운명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행동일지 모른다. ...우리가 오래된 질병의 병원체들을 자극해 미묘한 유전적 변화를 일으킨 것이 원인이 되어 가장 섬뜩한 병원체로 변신한 것들도 있다. 우리는 대개 최신 전염병에 관심을 집중하지만, 죽음은 오래된 전염병들 속에도 있다.
무시무시한 새로운 질병이 등장했을 때, 우리 자신이 총체적으로 지구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수많은 새로운 전염병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생물 테러 같은 현상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깊은 편견과 부정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질병들이 생태학적으로 어떻게 유래했는지 꽤 많이 파악해왔지만, 이렇게 늘어나는 전염병들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약 개발에만 몰두해서는 그 일을 해낼 수 없다. 우리는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건강의 토대가 되는 생태계 전체를 보호하고 복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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