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19 - 수영장에서
January 28, 2000
이곳에 온지 처음으로 수영장에 갔습니다. 오전에 한 번 가 보았고 오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다녀왔습니다. 특별히 수영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지역사회가 제공하고 있는 시설을 이용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오전 시간에는 주로 노인들이 왔는데 재미있었던 장면은 할머니들 세 명이 차례로 들어오시더니 약 1시간 가량 수영도 하지 않고 물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가 나가시더군요. 기력이 좋으신 할아버지들은 몇 차례 수영도 하기는 했지만 수영튜브에 의존하여 마냥 물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외에는 어린 아이들을 보호차 데리고 온 아주머니들입니다.
오후 시간에 갔더니 일반인을 위해 수영장 한 라인만 남겨둔 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수영을 배우고 있었고 수영연습이 끝나고 조금 한산해지니까 7-8명의 아이들이 들어와 물장난을 치고 아버지 같은 분이 비디오촬영을 해주더군요. 아마 누구네 생일파티를 하고 난 후 모두 수영장에 데리고 온 모양입니다.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을 집안에 두고 조용히 놀라고 하느니 보다는 물 속에 마음껏 놀게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바쁜 사람은 경비보고 있는 분입니다. 연신 호각을 불어대더군요.
미국수영장은 수영모자를 반드시 쓰게 하는 규정이 없는 모양입니다. 머리가 긴 여자아이들이 물 속에서 쏙 올라오는데 어찌 그리 예쁜지. 서양아이들이 두상이 예쁘잖아요. 그런데 특이 한 것은 남자들은 어른 아이 모두 거의 반바지 차림의 수영복을 입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집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놀린다고 한국서 사 온 삼각형 팬티 수영복을 입어보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사각형 수영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왜 여자들은 짝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으면서 남자들은 헐렁한 긴 수영복을 입고 다니는지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녀온 수영장은 이 지역의 County(郡 정도의 단위)가 운영하는 곳으로 정확한 이름은 Williamson County Recreation Complex 라고 하여 집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체육시설입니다. 이 Complex에는 실내,외 시설이 있는데 실내에 수영장을 비롯하여 농구, 배구, 달리기 등을 할 수 있는 체육관, 그리고 각종 취미 강좌프로그램이 있는 교육장들이 있습니다.
실외에는 야외 수영장, 테니스장, 축구장 이 있어 명실공히 지역주민들의 복합체육시설단지입니다. 실내 시설을 사용하는 요금이 한 명당 2달러이고 55세 이상의 어른은 1달러로 다른 물가에 비해 아주 저렴한 편입니다. 시설 이용료는 저렴한 편이지만 강습료는 비싼 편입니다. 비싸다고 하는 것도 한국과 비교한 가격이지 이 곳의 다른 강습료와 비교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닐 것입니다. 같은 강좌라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것과 정부가 운영하는 여성회관에서 하는 것의 강습료의 차이처럼 말입니다.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각종 강좌는 *에어로빅, 태권도, 요가, 댄싱, 케익 장식, 사진앨범 활용 , 바구니 짜기 같은 성인 프로그램 *발레, , 태권도, 목공예, 도자기 굽기, 수채화, 유화, 수화 배우기, 효과적인 학습훈련 등 어린이 프로그램 * 하루코스의 관광, 빙고게임 등 노인 프로그램 들입니다. 그외 모임이 많은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재미있게 돌보아주는 프로그램이 눈에 띕니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테네시 주 수도인 네쉬빌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으로 한국과 비교하여 서울의 위성도시에 해당하는 일산 같은 신도시에 해당합니다. 이 곳에서 주민들이 주로 활용하는 여가시설은 카운티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적은 편이고 YMCA가 운영하는 시설이 오히려 곳곳에 많이 있는 편입니다.
대도시인 네쉬빌의 사정은 어떠한지 알아보았습니다. 윌리암슨 카운티와 마찬가지로 Parks and Recreation라는 부서가 총괄하여 지역민들의 문화체육시설을 담당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은 크게 춤, 음악, 연극, 시각예술 등의 분야로 나누어 분야별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각종 프로그램은 아트센터, 레크리에이션 센터, 커뮤니티 센터 등의 이름을 가진 시설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요즘 문화프로그램이 강화되면서 여성회관이라는 이름에서 여성문화회관으로 명칭이 바뀌듯이 이 곳도 사회복지시설로서의 성격이 강했던 커뮤니티 센터라는 이름은 퇴색되고 기존의 커뮤니티 센터는 그대로 이름을 유지하되 새로 짓는 곳은 아트센터,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8시 미국의 대통령 연두교서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았습니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저녁에 행사를 한다는 것과 대통령이 말씀하는데 너무 자주 박수를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수소리에 클린튼의 연설을 제대로 못들었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오늘 아침 테네시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을 사와서 봤더니 아니 왠 걸. 일면 기사 톱으로 크게 실어야할 대통령의 연두교서 기사는 오른쪽으로 밀리고 이번 일요일에 열릴 수퍼볼 대회 기사만 크게 박스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대회가 열릴 아틀란타에 눈이 많이 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테네시의 미식축구단인 타이탄이 수퍼볼 최종 경기에 참가하게 된 것이 테네시의 큰 자랑이라고는 하나 일년에 한 번 있는 그것도 올해로 마지막일 클린튼의 마지막 연두교서 장면이 조그만 사진하나로 처리된 것은 또 다른 문화적 어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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