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실크로드 답사기 1: 오아시스는 없다

이춘아 2019. 8. 8. 09:14


오아시스는 없다

7박 8일간의 실크로드 답사기 ⓛ
중국 서안-난주-돈황-투루판-우루무치를 거쳐



이춘아 시민기자는 지난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충남대 박물관 주관으로 7박 8일간 실크로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디트24에 답사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충남대학교 박물관이 주관한 7박 8일간의 실크로드 답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중국 서안-난주-돈황-투루판-우루무치 코스였습니다. 실크로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안고 '오아시스를 기다리며’떠나 돌아오면서 ‘오아시스는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 이러한 제목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곰곰히 되돌아 봅니다. 


실크로드라는 단어와 함께 어우러지고 있는 우리 속에 내재된 '오아시스'의 이미지는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환상이었다는 것과 어쩔수 없이 더 많은 시선이 머물게 된 현실의 모습에서 더 많이 느끼게 된 것은 결국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나하면 이번 답사에서 3천 5백년 전의 미이라에서부터 1천 6백년 전 석굴 속 벽화에 이르기까지 사진 자료등을 통해 상상했던 실크로드의 실체 확인 보다는 대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이 급변하고 있는 오늘의 중국사회를 더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여름 처음으로 중국의 서안-정주-낙양 고대 도읍을 다녀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산주의 중국사회가 자본주의 물결과 함께 개방화되면서 어쩔수 없이 밟게 되었던 개발도상국의 불안전한 이글거림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었습니다. 충격이란 것도 사실을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수 없이 인정해야만 하는 지난 30여년간 개발도상국으로서 우리 한국인이 살아갔던 모습을 재확인했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고 역사적 자료를 디적거리며 중국의 고대 문명을 다시 보고싶다는 열망이 간절해질 즈음하여 실크로드 답사를 떠나게 되었던 것인데 이번 답사 역시 내가 보고온 현실의 모습은 과거 역사의 환상을 무너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실크로드의 기점이라고 하는 서안(長安이라 불리었던 고대 도읍)을 일년만에 다시 본 거리풍경은 언듯보는 외양만으로도 광고간판이 새롭게 정비되었을 뿐 아니라 자동차들이 신형으로 모조리 바뀐듯하여 일년만에 이렇게 변할수 있는까하는 놀라움 이면에는 잘나가는 이웃중국에 대한 상대적 불안감과 시샘이 깔려있습니다. 한국에서 사는 물건마다 상표에 찍혀있는 made in China 에서 마치 우리 것을 하나하나 빼앗아가고 있다는 시샘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고대 문명의 교류만을 상상하고 갔던 실크로드 답사는 도착 첫날 서안에서부터 현대 문명의 오고감을 확인했습니다. 더구나 우리일행이 도착한 그날이 마침 서안 공항이 막을 내리는 마지막 날이었으며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일주일 후에 되돌아온 서안 함양공항은 인천공항 같은 모습으로 단장되어 있었습니다. 역사속으로 들어가버린 서안공항의 모습이 아마도 60년대 한국의 여의도 공항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읽어보라고 건네주는 책이 [문화는 흐른다] 라는 번역서적입니다. 미국 대학에서 세계사와 사회사를 가르치고 있다는 피터 스턴스 교수가 썼다는 이 책의 원명은 Culture in Motion 입니다. 책 표지에 작은 설명이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민족주의, 제국주의, 마르크스주의, 과학, 미술, 영화, 스포츠 등 문화와 문명은 어떻게 세계로 퍼져 나갔는가. 


인구 3백만을 넘어서고 있는 우루무치 市가 올 10월이면 인천과 직통으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다음번 답사때는 우루무치에서 좀더 서역길을 더듬어보았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사항을 품고 있었는데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니 우리 일행이 다녀온 난주의 병령사 석굴, 돈황의 막고굴, 투루판의 고창고성과 교하고성, 베제클리크 천불동은 ‘불교와 아시아의 새로운 만남’에 해당하는 코스였습니다. 

그렇다면 목차에 열거되어 있는 ‘헬레니즘과 인도문명의 만남’ ‘이집트와 중동, 초기 그리스 문화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는 고대문명간의 만남을 직접 더 확인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끝도없는 희망사항이 속에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글로서 일단은 내가 찾고자 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정리해주고 있었습니다. 남의 글을 인용한다는 것이 지루하긴 하지만 7박8일간의 답사를 요약하고 있는 것 같아 옮겨봅니다. 

' .... 한 사회의 문화는 기본적인 신념과 가치, 그러한 신념과 가치들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양식과 수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에게는 정교한 신념 체계가 필요한데, 그것은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 상당히 ‘소박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불을 보고 물러나거나 아이에게 젖을 먹여 키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문화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어떤 식의 가족을 이룰 것인지, 죽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또는 겨울의 암흑 속에서 태양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신념이나 가설 들이다. 사람들은 본능보다는 문화에 의존하여 다양한 상황에 적응한다. 그리하여 하나의 복잡한 종으로서 인간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 놀랄 만큼 잘 적응한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의존성은 일정한 신념 체계들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발전해 갈 수 ! 잇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 문화는 본능에 대한 부정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떤 사회에서 젖을 먹이는 것이 흉하거나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퍼져 아기를 다른 방법으로 먹여 키우는 경우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