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실크로드 답사기 3: 서유기 주인공들의 흔적을 더듬다

이춘아 2019. 8. 8. 09:20

7박 8일간의 실크로드 답사기


서유기 주인공들의 흔적을 더듬다

2003.10.20.

이춘아

 


삼장법사가 대당서역기 지은 '자은사'에 들러

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에 자은사라는 절에 들렀습니다. 대안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대안탑은 현장법사와 관련된 곳입니다. 현장법사는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쓴 분입니다. 우리에게 삼장법사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인물이며, 소설[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입니다. 현장법사, 서유기,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등의 이름이 우리 머리속에서 혼재되어 있어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나라 때 스님 현장법사는 불교의 경(), (), ()이라는 삼장(三藏)에 정통하였기에 삼장법사라고도 불리어졌습니다. 현장법사는 629년 당나라시대의 수도였던 장안(현재의 서안)을 출발하여 천산남로를 거쳐 인도에 가서 공부를 하고 6백여권의 경전과 사리, 불상 등을 말에 싣고 645년에 귀국하여 이 자은사에서 번역작업에 몰두하였을 뿐 아니라, [대당서역기]라는 여행기를 써서 당태종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는 이름 그대로 당나라에서 천축이라 불리었던 인도까지 이르는 서역의 130여개 나라의 역사, 지리, 물산, 농업, 상업, 풍속 등을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방대한 실크로드 답사기로서 중세의 오아시스로의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인도고대사연구의 1차적 사료가 된다고 합니다.

 


이 여행기록물이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다가 명나라 시대의 오승은이라는 작가가 대당서역기를 토대로 [서유기(西遊記)]라는 소설을 써서 지금까지 그 내용이 전해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등의 이름은 서유기를 통해 만들어진 소설 속의 이름인 셈입니다.

 

경복궁을 비롯하여 궁궐의 건축에는 추녀와 용마루를 잇는 곳에 잡상(雜像)이 세워져있습니다. 건물을 지켜주는 수호신 격인 잡상은 삼장법사와 그 일당들의 모습입니다. 엄정한 유교적 질서를 건축물에도 부여하려했던 조선의 궁궐건축, 종묘건축에 잡상들이 있다는 것이 이제와 새삼스러워 보입니다.

 


저는 텔레비전에서 만화영화 [날아라 수퍼보드]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만화 속 인물들이 각인되어 있어 삼장법사는 어리숙하며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대안탑 앞에 세워져 있는 현장법사는 건장하고도 강인한 모습이었습니다. 실크로드 답사를 이야기할 때 현장법사를 떼놓고 할수 없는 실정임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7세기 당시 실크로드 선상에는 130여개의 크고 작은 나라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현장은 18년간의 행적기를 통해 이들 나라의 상황을 자세하게 서술해주어 오아시스로의 실태를 알려주었습니다. 이것이 기초되어 중국의 많은 스님들이 인도로 공부하러 갈수 있었습니다.

 

실크로드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가며 기록

현장법사 시대로부터 1백년 후 신라에서 당나라로 유학 간 신라승 혜초(704-787) 역시 인도와 서역일대를 순례하며 쓴 [왕오천축국전]이 있습니다. 1908년 돈황의 천불동에서 발견되었던 이 저서는 중국문명권에서 최초로 아랍현지를 탐방한 견문록이기도 합니다.

 

대당서역기, 왕오천축국전 등의 여행기들이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하여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가며 기록된 것이 서역기(西域記)라고 한다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가며 기록된 대표적인 것이 마르코 폴로(1254-1324)[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과 이븐 바투타(1304-1368)[이븐 바투타 여행기]가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교류를 가능케 했던 실크로드는 상업적 물질의 교류뿐 아니라 정신의 교류 흔적이 이들 여행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속에는 그 내용의 출발점이 동서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분명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중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이솝이야기입니다. [이솝이야기]는 기원전 6세기경 나온 이야기라고 합니다. 동서간 최초의 문학교류작품이라고 하는 이솝이야기는 인도에서 씌여진후 소아시아를 거쳐 그리스 로마인들에게 알려졌고 10세기경부터 여러 유럽어로 번역되었는데 내용의 대부분이 인도와 동방 여러나라의 전설과 우화와 풍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기원전 4세기경 데메트리우스라는 사람이 흩어져 있던 이야기를 한편으로 묶었고 이 책이 유럽에 알려졌던 것입니다. 1250년 이솝이야기는 공식영어로 다듬어져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이야기Aesop's Fables]가 되었습니다.

 

또한 천일야화라고 하는 아라비안 나이트 역시 이 작품의 원형은 7세기 사산조 페르시아에서 유행한 [1천가지 이야기]로서 사산조 페르시아 문화를 적극 수용한 이슬람제국 시대(750-1258)에 와서 아랍인들이 아랍적인 소재를 가미하고 윤색하여 하나의 완성된 설화작품으로 만들었다가 1450년경에 이집트에서 아랍어로 [천일야(The Arabian Nights]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고 합니다.

 

돈황 막고굴의 어느 굴 천장 중앙 한복판에 토끼 세 마리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가 재현되어 있는 듯하여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보니 석가모니의 전신이 토끼였다고 전해오고 있으며 그 토끼를 기리기 위해 달 속에 넣어 모든 이들이 달을 보며 숭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는 불교적 이야기였습니다. 불교적인 속설이라고는 하나 어쩌면 석가모니 이전부터 우리 세계인에게 전래되어 오던 토끼 이야기가 불교적 요소로 가미되었는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