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돈황 실크로드

이춘아 2020. 12. 26. 04:31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돈황과 하서주랑], 창비, 2019


리히트호펜은 실크로드를 크게 동쪽, 중앙, 서쪽 세 구역으로 나누었는데, 동쪽 구역은 서안에서 돈황까지 이르는 구간이고, 중앙 구역은 돈황에서 타클라마칸사막 남쪽의 곤륜산맥이나 북쪽의 천산산맥을 에돌아 카슈가르에 이르는 지역이다. 그리고 서쪽 구역은 두 갈래길로 파미르고원을 넘어 아라비아해와 홍해로 들어가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이르는 길과 곧장 서쪽으로 향하여 이란을 지나 지중해와 로마로 이어지는 길이다. 총 길이 6,400킬로미터이다. 

여기서 내가 관심 있는 지역은 동쪽과 중앙 두 구역이다. 동쪽 구역은 하서주랑이라는 넓고 긴 협곡을 따라 이른바 하서사군(무위, 장액, 주천, 돈황)을 관통하는 길이고, 중앙 구역은 중국 사람들이 일찍부터 서역이라고 불러왔던 곳으로 전설적인 곤륜산맥, 천산산맥, 타클라마칸사막을 아우르고 있다. 

첫 번째 답사는 2018년 6월, 서안에서 하서주랑을 거쳐 돈황에 이른 다음, 돈황에서 투루판을 거쳐 우루무치까지 가는 8박9일 코스였다. 

두 번째 답사는 2018년 8월, 우루무치에서 비행기로 천산산맥 너머 쿠차로 간 다음 여기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가로질러 호탄으로 가서 아르칸드와 카슈가르를 거쳐 파미르고원에 이르는 8박9일 코스였다. 

세 번째 답사는 2019년 1월, 만리장성의 서쪽 끝 관성인 가욕관에서 안서 유림굴을 거쳐 돈황으로 들어가 막고굴을 한 번 더 답사하고 양관 옥문관을 다녀오는 4박5일 코스였다. 

이렇게 꿈에도 그리던 로망을 이루고 보니 돈황 실크로드 답사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그냥 명불허전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감동의 울림이 진하다. 명사산 월아천의 누각에 걸려 있는 현판에는 “명사산 명불허전”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름 명(名)자를 울릴 명(鳴)자로 바꾸어 “명불허전(鳴不虛傳)"이라 하였던 바, 지금도 내 심금을 그렇게 울리고 있다. 

나는 아직도 돈황 실크로드 답사가 로망으로 남아 있는 분들이 적지 않고, 로망조차 되지 못하는 분들도 없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하여 내가 받은 감동적인 체험과 견문, 그리고 책에서 얻은 유익한 정보들을 어느 때보다도 생생히 기록하여, 한편으로는 길라잡이가 되고 한편으로는 간접 경험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답사기를 썼다. 첫 번째책에서는 서안에서 출발하여 하서주랑을 거쳐 돈황 명사산에 이르기까지를 실었다. 

중국이라는 그 넓고 넓은 대륙의 많고 많은 유적지 중에서 내가 왜 돈황 실크로드를 중국 답사 일번지로 삼았는가는 독자들이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저절로 동의하리라고 믿으며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