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오빠의 저 등을 기억할까

이춘아 2021. 4. 18. 00:26











2021.4.17 운무 가득한 아침, 쌀쌀한 날

계곡이 깊어 구름 반 해 반이라는 이름의 ‘운일암반일암’ 계곡의 산쪽으로 붙은 데크로 가기 위해서는 무지개다리를 건너야 한다. 무지개를 연상하기 위해 철다리에 칠한 페인트 색이 계곡 색조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데크 설치하기 전에는 엄두도 못내었던 산책 길이다.  사계절이 좋은 명승지이지만 해묵은 소나무와 연초록의 신록, 계곡의 바위와 물소리가 좋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진도 찍고 팔을 흔들며 걷는다. 다른 사람들이 없어 마스크도 벗는다. 데크가 끝나는 지점은 야외캠핑이 가능한 공원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에 아이들 세 명이 놀고 있었다. 캠핑 텐트에서 자고 난 아이들이 놀이기구 타러 왔나 보다. 놀이기구를 타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는데 다시 보니 오빠가 막내아이를 업었다. 칭얼거리며 가기 싫다고 했을거고, 업어줄께 가자, 라 했을 것이다. 오랫만에 보는 풍경이다. 마스크는 썼지만 아주 익숙한 오래된 모습.

업혀 본 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저 등. 아이를 등에 업고 일하고, 큰아이가 동생을 업고, 소년이 소녀를 업고, 아들이 어머니를 업고. 등이 주는 푸근 함. 업어 키워 다리가 휘었다는 미감이 생기고 난 이후 가능하면 업어 키우지 않는다. 미국아이들을 키워 본 경심은 아이들을 업어주면 그렇게 좋아들했다고 했다. 그 아이는 경심의 등을 아주 가끔 기억할것이다. 아이를 매다는 맬빵이 나오고 난 이후 ‘처네, 누비처네’는 거의 사라졌다. 싸매서 업히는 안온함이 사라졌다.

우리 집 아이가 한 살이 되기 전이었는지, 토요일 오전근무 마치고 집으로 오니 남편이 앉아서 아이를 등에 업고 신문을 보고 있었다. 물론 포대기없이 업고 있었다. 그 모습도 오래된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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