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호태왕비의 신비로움

이춘아 2021. 10. 16. 19:50


류연산, [고구려가는 길], 아이필드, 2004.

호태왕비의 신비로움

연변대학교 박진석 교수의 말을 빌린다면 호태왕비의 서예는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소박하고 대범하며 자연스럽고 호방하여 ‘진대(秦代)’의 묘비 조각 보물고의하나로 이름이 높다. 정문탁은 ‘8분체’라 하였고 오양보는 ‘진서’라 하였으며, 황건군은 ‘태저는 동진의 예서’라고 하였다. 그런데 호태왕비의 서체는 ‘8분체’도 아니고 순 예서체는 더욱 아니다. 비록 진대의 영향을 받았지만 서한의 ‘체자우각석’과 비슷하며 전서 예풍격이 선명하다. 중국의 옛것을 받아 이으면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고구려의 서체라는 결론이다.

“호태왕비의 글씨체는 전서 예서 해서의 과도적인 서체입니다. 이런 결론을 얻어내기까지 비문서체 연구에 바친 나의 심혈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 중국 서예계에 새롭게 ‘태왕체’를 창시한 진유국(1950년생, 집안현성 출생, 한족)선생의 말이었다. 그의 자는 안방, 호는 광동산인이었다. 후에 그는 호를 ‘고구려인’이라고 고쳤다. [연변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글을 익히기 시작해서부터 수십 년을 호태왕비와 함께 살았지요. 비문을 대할 때마다 고구려인들의 호방하고 사나이다운 풍모에 매료되었답니다. 고구려인에 대한 호감이 저로 하여금 조선족 여성을 아내로 맞게 했고 호도 ‘고구려인’으로 고치게 한 겁니다.”

김철호씨는 [태왕체 창시자 진유국]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 호태왕비의 비문을 소화하자면 37톤의 둔중한 비석을 작은 그림처럼 보고 익혀야 한다. 비문에 새겨진 글자 하나를 갖고도 역사를 연상하고 전쟁에서 위용을 떨치던 영웅의 모습과 기백, 드넓은 흉금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문체의 광기 기세 골기 및 뜻을 섭취하고 초자연적인 장대하고 아름다운 정수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진씨는 20여 년간의 간고한 탁마를 거쳐 태왕체를 세상에 내놓았다. 호태왕체의 신비한 운치가 있으면서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온 독특한 글씨체는 기세가 드높고 선의 변화가 분명했으며 옛스러우면서도 무게를 눌러주어 그만의 독특한 예술 품격을 지니게 되었다.

진유국은 태왕체 서예학회를 창설하고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서예는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브라질 한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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