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슬픔에 대해

이춘아 2022. 8. 1. 22:03

걸으면서 생각했다. 슬픔에 대해.

나는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애라는 단어가 나에게 들어온 이후, 자애를 떠올리며 기도했다. 슬픔이라는 단어가 어제 들어온 이후, 걸으면서 생각했다. 자애는 슬픔 이전에 연민이 있어야 슬픔도 있고 자애도 생기는 것이라고.

앞으로 내가 집중해야하는 단어는 연민, 슬픔, 자애이다.

노은도서관에서 '슬픔'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책들이 많았다. 내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사람들은 슬픔 속에 산다.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한 슬픔], (한겨레출판, 2018)을 빌려왔다. 책을 펼치는 순간, 잊어버리고 있던 냄새가 났다. 책에 베인 묵은 담배냄새였다. 이 책을 빌려갔던 사람은 담배를 피우며 슬픔을 읽었나보다. 

‘슬픔임을 잊어버린 슬픔’ 이란 소제목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김경후의 [열두 겹의 자정](문학동네, 2012) 시집에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는 커다랗다
똬리 튼 뱀만큼 커다랗다
찌그러져 일렁대는
목 그늘을 보지 못하는 그만이 울지 않았다고 웃음을 띠고 있다

울음을 참는 자의 성대는 커다랗다
똬리를 틀고 겨울잠 자는 뱀만큼 커다랗다
이대로 커진다면 
곧 성대 위에 이오니아식 기둥을 
세울 수도 있으리라

그는 자신에 ‘안녕?’
인사도 참고 있는 게 틀림없다
미소와 웃음의 종류가 그의 인생의 메뉴.

당신이 늘 울음을 참아왔으므로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알아본 것이다. 
….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울음을 참아온 그는 정작 자신이 그래왔다는 사실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이 슬픔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슬픔이다. 보라. 참는 사람은 늘 참는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법을 잊어 버렸다. 대신 메뉴판에서 한 끼의 식사를 고르듯 적당한 미소와 웃음을 골라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것들을 코르크 삼아, 울음이 치솟는 성대를 틀어막는다. 

글을 읽으며, 혹시 나도 이런 상태였나 했다. 슬픔임을 잊어버린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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