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0(토) 조선희, [세여자], 한겨레출판, 2017. 1920년 가을, 허정숙이 도착한 며칠 뒤 상해역에는 통치마 저고리의 젊은 조선 여성 또 하나가 개찰구를 통과해 들어왔다. 혼자 상해로 오는 조선 유학생 중에 여자는 드물던 시절이었다.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낯빛으로 두리번거리는 그녀를 대합실에서 한 남자가 반갑게 마중했다. “여이, 세죽 양!” 남자가 세죽의 가방을 받아 들며 말했다. “하숙집 잡아놨으니 일단 짐 풀고 영생학교 선배들 만나는 것은 내일 해도 늦지 않을 거 같소.” “일단 집으로 전보부터 쳐야겠어요. 전신국 어디있죠?” 세죽의 하숙은 프랑스조계였다. 마중 나왔던 영생학교 선배는 하숙방에 짐가방만 넣어주고는 바로 떠났다. 상해역부터 꽤 먼 길을 걸어오는..